[한자 이야기]<217>百川歸海

사람이 많이 모이기를 바라는 곳이 있다. 상점이 그렇다. 상점의 주인은 사람이 많이 와서 자기 물건을 사주길 원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모이기를 원한다. 기업도 그렇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기업을 흥성하게 할 수 있는 인재가 많이 모여서 능력을 다해 열심히 일해주기를 원한다.

정치인도 자신의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권력 유지에 보탬이 되기를 원한다. 정치인은 모든 방면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을 구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정치인의 주변에 모여든다. 그러나 모여드는 사람의 대부분은 정치인의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정치인에게 혜안을 갖게 하고, 더욱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도록 해주는 데에는 유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어떻게 해야 진실로 유용한 인재를 얻을 것인가?

百川歸海(백천귀해)라는 말이 있다. 百은 100이라는 뜻이지만 ‘많은 또는 모든’이라는 뜻을 갖기도 한다. 萬事(만사)가 귀찮다고 말하는 경우의 萬이 1만이 아니라 모든이라는 뜻을 갖는 것과 같다. 川은 냇물, 내를 뜻한다. 歸는 돌아가다, 돌아오다는 뜻이다. 歸家(귀가)는 집으로 돌아가다, 집으로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歸天(귀천)은 하늘로 돌아가다는 뜻이고 歸山(귀산)은 산으로 돌아가다는 뜻이며 歸寂(귀적)은 적멸의 세계로 돌아가다는 뜻인데 모두 죽다 또는 죽음을 의미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百川歸海는 모든 하천은 바다로 돌아간다는 말이 된다. 왜 모든 하천은 바다로 모여드는가? 바다가 하천보다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낮으면 그곳으로 모여드는 것이 사물의 이치이다. 사람도 스스로 낮출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에게만 실로 유능한 사람이 모인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