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사도세자, 장인에게 보낸 편지 첫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나는 원래 남모르는 울화의 증세가 있는 데다, 지금 또 더위를 먹은 가운데 임금을 모시고 나오니, (긴장돼) 열은 높고 울증은 극도로 달해 답답하기가 미칠 듯합니다. 이런 증세는 의관과 함께 말할 수 없습니다. 경이 우울증을 씻어 내는 약에 대해 익히 알고 있으니 약을 지어 남몰래 보내 주면 어떻겠습니까.”(1753년 또는 1754년 어느 날)
사도세자가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아 장인 홍봉한(洪鳳漢)에게 보낸 편지들이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사도세자의 병세와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을 명확히 설명해 주는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권두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조선시대 영조 장조 정조 3대의 편지를 촬영한 흑백사진 자료 11첩을 발견해 ‘장조’인 사도세자의 편지 내용을 번역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남아 있는 사도세자의 편지는 거의 없으며 알려진 자료도 개인적 고백이 아닌 공식 문서가 대부분이다.
권 교수에 따르면 1910년대 초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홍봉한의 5대손인 홍승두 집안의 원본을 거간꾼에게서 구입해 일본에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원본은 야마구치(山口)현립도서관에 보관돼 있고 도쿄대 동양사학과 다가와 고조(田川孝三) 교수가 이를 사진으로 촬영해 1965년부터 이 대학에 보관해 오다 퇴직 후 유품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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