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 주한 이스라엘문화원. 한국에 거주하는 각국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 아래 한국 청년들이 부르는 이스라엘 노래가 흘러나온다. 외국 문화원에서 펼쳐지는 한국인의 공연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날의 의미는 특별했다.
이곳이 바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대인이 아닌 현지인이 세운 이스라엘문화원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 문화원을 두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에 있는 소수의 이스라엘문화원들은 모두 유대인이 세운 것이다. 한국의 경우 김희우 이스라엘 문화원장을 비롯해 이스라엘에 관심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뜻을 모아 이스라엘문화원을 세운 것이 7년 전. 가건물이라 찾는 사람이 적었는데 최근 시설 확충을 하고 재개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한국은 이스라엘의 처지를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좋은 친구”라며 직접 새 집에 성경 ‘신명기’의 구절을 달아놓는 ‘메주자 의식’을 선보였다.
100여 평 규모의 이스라엘문화원에는 유대인들이 쓰는 모자, 종교의식에 사용하는 은촛대, 오래된 성경 사본 등 이스라엘의 역사, 유대인의 풍습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품들이 상설 전시된다. 5000여권에 이르는 이스라엘 관련 장서도 자랑거리. 문화원 한쪽에 마련된 카페에 들러 이스라엘의 음악을 들으며 유월절에 먹는 누룩 없는 ‘마짜(무교병)’와 이스라엘 음료도 즐길 수 있다. 유월절이나 샤브옷 등 유대인 절기 세미나에선 풍습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문화원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히브리어 강의. 매주 월, 화, 목, 금요일 네 차례에 걸쳐 열리는데 한국에서 유일한 히브리어 사교육 코스다.
김 원장은 “한국인들이 이스라엘은 친숙하다고 느끼지만 그 문화에 대해서는 생소한 편”이라며 “일반인들에게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유학상담이나 영화 상영 등의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www.iscc.co.kr 02-525-7301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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