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과 월미도가 있는 중구는 도시공동화 현상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상가의 경우 한 집 걸러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고, 밤이면 인적마저 끊겨 적막강산 같다.
그래서 구도심 재생사업이 나왔고, 이 가운데 중구의 역사적 자원을 리모델링해 관광 상품화하자는 것도 있었다.
틀리지 않은 착안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자원을 관광 상품화하려는 사업은 처음 의도와 달리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중구는 자유공원 밑의 차이나타운 일대를 복원한다며 청일(淸日) 조계지 돌계단을 해체했다. 그리고 거기에 새 대리석을 깔고, 애초에 없었던 정체불명의 석등을 양쪽에 배치했다.낡은 돌계단 자체가 산 역사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지난해 일본 제18은행 건물을 개보수해 문을 연 ‘근대건축전시관’도 별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전시관은 아무런 고증 없이 1956년에 준공한 성공회 건물을 ‘근대 모형’으로 전시하고 있다.
또 차이나타운 인근의 옛 일본 조계지 리모델링 사업도 그렇다.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최소한 일본의 고건축 전문가라도 초빙해 제대로 자문을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개관을 앞두고 있는 ‘스토리텔링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1901년에 준공한 ‘제물포클럽’(현 중구문화원)을 어떤 근거로 복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인이 철저히 배제된 서양인들의 사교장을 복원해 과연 어떤 역사적 스토리를 들려주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중구 지역에서 추진되는 구도심 재생 사업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성당 한 곳을 개보수하는 데도 100년을 내다보고 진행한다고 하지 않는가.
시와 중구는 이런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문화재 위원, 시사 편찬 위원, 향토사 전공 학자, 근대 건축 전문가에게 자문을 해야 한다.
혈세를 쏟아 부어 가며 어설픈 ‘역사 세트’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조우성 인천시사편찬위원 chow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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