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표지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는 스웨덴산 앱솔루트 보드카 병. 모양만 봐선 그리 ‘미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 보드카 브랜드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앱솔루트 보드카는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10년 만에 연간 판매량이 500배나 증가했다. 제품 이름도, 병 디자인도 단순하고 구식이었던 이 브랜드의 성공 비결은 바로 ‘미학 마케팅’을 통해 앱솔루트 보드카만의 개성, 고객을 끌어당기는 인상을 창조해 냈다는 것. 팝아트 작가인 앤디 워홀과 키스 해링이 광고 캠페인에 참여해 앱솔루트 병에 그들 특유의 스타일을 불어 넣었다. 광고에서 보드카 병은 금이 간 돌로 만든 병으로 표현돼 고대 유적지에서 갓 발굴된 유물처럼 보였다. 광고 캠페인용 앱솔루트 병을 한정판으로 제작해 소장가들의 수집품이 됐다. 고객이 고급스러운 예술품처럼 여기게 만든 것이다.
저자들은 앱솔루트 보드카의 사례를 책 앞머리에 강조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비용 절감이나 핵심역량 강화 같은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는 것.
매장 환경도 미학 마케팅의 중요 요소다. 미국의 전형적인 커피숍은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간이식당이어서 스타일보다 기능이 강조됐다. 반면 스타벅스는 현대적 감각의 사무실이나 도서관 느낌의 예술적 디자인을 창조해 커피를 세련된 여가의 세계로 바꿨다.
10년 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이라 디자인 마케팅의 첨단을 달리는 2007년의 한국에서 다소 ‘철지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체계화된 미학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원제 ‘Marketing Aesthetics’.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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