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문혁’상처 딛고 선 중국영화…‘무중풍경’

  • 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무중풍경/다이진화 지음·이현복, 성옥례 옮김/590쪽·2만 원·산지니

‘안개 속 풍경’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1978∼98년 20년간 중국 현대영화사를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중국 베이징(北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인 저자가 1999년 출간한 이 책은 현대 중국영화에 대한 고전으로 꼽힌다.

이 책이 중국영화계에서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에 대해 눈을 뜬 4세대와 중국영화의 세계화를 주도한 천카이거(陳凱歌)와 장이머우(長藝謀)로 대표되는 5세대, 그리고 독립영화를 통해 좀 더 중국 현실에 밀착한 6세대를 관통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구 영화평론가와 같은 외부 관찰자의 선입견과 편견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내부 관찰자의 섬세하고 독자적 시각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혁의 상흔으로 인한 현실 도피의 방식으로 예술의 순수함과 영원성에 대한 몽환적 모티브를 찾아 나선 4세대의 영화를 ‘사탑(斜塔·기울어진 탑)의 예술’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비해 5세대는 문혁에 대한 철저한 부정(否定)을 통해 과감하게 역사와의 단절을 시도하며 새로운 영화문법과 미학을 창조하려 했다. 그러나 문혁시대 청소년기를 거치며 형성된 이들의 ‘아비 없는 자식’ 의식으로 인해 그들의 예술은 서구 오리엔탈리즘에 홀린 ‘끊어진 다리’를 면치 못했다고 저자는 비판했다.

반면 저자가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6세대는 자신의 현실에 대해 더욱 솔직하고 주류문화를 거부하는 탈중심주의와 탈식민주의의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6세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그들의 영화가 자신만의 미학을 창조하지 못한 채 주류와 비주류, 상업성과 독립성, 대중성과 예술성이 묘하게 뒤섞인 ‘안개 속 풍경’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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