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온라인 경매사 포털아트(www.porart.com)를 이끌고 있는 김범훈(48) 대표의 사업 마인드이자 청사진이다.
“미술품 투자는 대세…올바른 투자 문화 만들어야”
김 대표는 한때 IT업계의 풍운아로 통했다. 그는 1989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 음악카드인 ‘옥소리’를 출시해 컴퓨터 노래방 붐을 일으켰다. 이후 김 대표는 1995년 ‘옥소리’를 매각한 뒤 1999년 인터넷솔루션 업체인 ‘훈넷’을 설립했다. 그는 이때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남북협력 사업에 전념했다. 그 일환으로 북한을 다녀온 후 2004년 10월 북남교역주식회사를 세웠다.
김 대표가 남북협력 사업으로 택한 분야가 의외다. ‘미술품 경매 사업’이기 때문. IT·벤처 기업에 몸담았던 그가 돌연 미술품 투자로 눈길을 돌린 이유는 뭘까. 18일 포털아트에서 만난 김 대표는 “미술품 투자가 대세기 때문”이라고 했다.
“향후 트렌드는 미술품 투자가 중심이 될 겁니다. 예전에는 단독주택에선 화단을 꾸몄고 아파트에선 화분을 놨는데, 이제는 미술품 전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는 의식주가 국민 생활 지표의 으뜸이었지만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만큼 문화적 향수를 추구하려는 욕망이 강해지고 있어요. 그림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평균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미술품 투자를 올바르게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2005년 9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북한 미술품을 경매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객 호응이 높아지자 지난해 11월 미술품 전문 경매 포털회사를 표방한 ‘포털아트’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미술품 경매 사업에 착수했다. 올 1월부터는 국내 화가 작품들의 경매도 실시했다.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미술품 판매 건수가 1만 점을 돌파했다. 월 1,500점 이상을 판매한 셈이다.
현재 국내 100여 곳에 달하는 화랑에서 매월 거래되는 작품 수는 10여 점 내외다. 이들과 비교하면 포털아트 판매 건수는 단연 돋보인다. 김 대표는 “이렇다보니 포털아트에 대한 오프라인 경매사와 화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화랑들의 시선일랑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을 상대로 사기 치지 말라”고 큰소리친다.
“화랑협회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판매 의뢰를 한 2,550여점 중 30%가 가짜로 판명됐습니다. 열 점 중 석 점이 가짜라는 말입니다. 화랑들은 가격 올릴 생각 말고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이어 화랑가에서 주장하는 ‘2대 거짓말’을 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화랑들은 ‘화랑에서 화가들 그림을 먼저 검증하고, 10~20년 뒤 경매를 통해 팔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어떤 화가에게서 10만 원정도 주고 그림을 사서 10~20년 묵힌 뒤 2억 정도에 팔아먹겠다는 심보입니다. 또 ‘그림은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화가들이 생전에 몇 점 정도의 작품을 그립니까. 100점도 안 됩니다. 제발 거짓말 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는 “사람 얼굴 봐서 적당히 팔아먹던 아날로그 시대는 끝났다”며 “서너 달 뒤에는 포털아트에서 국내 화가 작품을 100퍼센트 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아 있는 화백들이 대우받는 문화 정착돼야”
김 대표의 거침없는 비판은 최단기간 1만점을 돌파한 포털아트의 저력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그는 “포털아트는 대한민국 모든 미술품 판매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에 와 있다”며 그 원동력으로 미술품 가격 인하, 위작 시비 해소, 자금이 필요할 경우 되팔 수 있는 환금성 문제 해결을 들었다.
“국내 화가들의 작품을 취급하기 시작했을 때 ‘화랑에서 파는 그림 가격을 20% 대로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다들 미친놈 취급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가격이 내렸잖습니까. 완벽하게 20%까지 내리고 난 다음 10%까지 내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 있는 분들 작품 외에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작가 작업실에서 작가와 작품의 사진을 함께 찍은 뒤 인터넷에 올리기 때문에 위작 시비가 있을 수 없습니다. 또 작품을 구매한 지 1년이 지난 사람들은 누구나 재경매를 통해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되팔 수 있도록 환금성도 보장했습니다.”
김 대표는 포털아트가 급성장하면서 국내의 내로라하는 70~80대 원로화백들도 대거 영입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프랑스 문화훈장을 받은 이한우 화백을 비롯해 ‘붉은 산’ 시리즈로 유명한 최예태, ‘새 군무’로 일가견을 이룬 정의부, ‘일출’ 연작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동권 화백 등 100여명이다.
김 대표가 이처럼 생존 화가를 우선적으로 영입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살아 있는 화백들을 대우해 주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미술품 100여점 중 70~80%는 죽은 사람 작품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화가가 몇 분인데, 그런 사람들은 다 어쩌라는 겁니까. 가난한 화가에게서 10만 원 주고 그림 한 장 사서 그 사람이 죽고 나면 50억에 팔려고 그럽니까. 살아 있는 분들을 대우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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