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2030 그녀들의 영원한 화두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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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남녀의 미묘한 탐색전?

일이냐 남자냐의 기로에 선 스물아홉 싱글 여성의 선택은?

나를 찬 남자가 몇 년 만에 전화를 걸어 온 진짜 속셈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남녀 관계의 문제를 다룬 연극과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의 주 관객층인 20, 30대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3색 사랑이야기를 살펴봤다.》

나쁜 남자

연극 ‘썸걸(즈)’

“나…결혼해. 그 전에 한 번만 만나.” 나를 찼던 남자에게서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왜일까? 나를 못 잊어서?

연극 ‘썸걸(즈)’는 옛 사랑의 전화에 잠시 낭만적인 착각에 빠질지 모르는 여성들에게 ‘천만의 말씀’이라고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진우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유명 영화감독. 멋진 약혼녀와의 결혼을 앞두고 귀국해 자신이 배신한 4명의 옛 애인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호텔방으로 부른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첫사랑 양선,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인 섹스 파트너 민하, 선배의 아내이자 연상의 여배우인 정희, 그리고 진우가 가장 사랑했던 레지던트 은후. 네 여성과의 과거가 에피소드 식으로 펼쳐지면서 남녀 관계의 미묘한 심리가 생생히 그려진다. 차고 차인 경험이 한 번쯤 있는 성인 남녀라면 배를 잡고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 물론 남자 관객이라면 90분 내내 낄낄대고 웃으면서도 언제 어디선가 자신이 날렸음직한 익숙한 대사에 속이 뜨끔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 반전은 다소 약하지만 갑자기 연락해 온 옛 남자가 얼마나 ‘제대로 나쁜 놈’인지는 알려 준다. 원제 Some Girl(s). 8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15세 이상. 02-766-6007

사랑의 조건

연극 ‘사랑과 우연의 장난’

“만약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나를 사랑할까?”

사랑에 관한 고민은 18세기나 21세기나 큰 차이가 없나 보다. 18세기 프랑스 희곡 작가 마리보의 이 고전 연극은 유쾌한 연애소동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하는 것일까.

얼굴도 모르는 귀족 청년 도랑트(김석훈)와 결혼을 앞둔 귀족 처녀 실비아(이민정). 도랑트의 방문을 앞두고 실비아는 신랑감을 몰래 살펴보기 위해 하녀와 역할을 바꾼다. 하지만 도랑트 역시 같은 속셈으로 하인을 자신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하인인 양 나타난 것.

귀족 남녀는 ‘하녀(하인)답지 않게’ 지적이고 재치 넘치는 상대방에게, 하인 남녀는 ‘귀족 같지 않은’ 소탈한 서로에게 홀딱 반한다. 연인들은 결국 (알고 보면 같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겠다고 결심한다. 모든 조건을 무릅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의 사랑의 승리다.

하지만 잠깐. 신분이 뒤바뀐 상태에서도 같은 계급(문화)의 남녀에게 끌린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사랑의 본질은 ‘그렇기 때문에’일지도 모르겠다.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7월 1일까지. 02-580-1300

일과 결혼

뮤지컬 ‘싱글즈’

뮤지컬 ‘싱글즈’는 동명 영화의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영화와 같은 부모(원작인 일본 드라마 ‘29세의 크리스마스’)로부터 기본 유전자(구성과 기본 스토리)를 똑같이 물려받은 이 뮤지컬은 영화와 ‘일란성 쌍둥이’로 보일 만큼 대사의 상당 부분이 비슷하다. 영화엔 없는 노래와 핑크빛 거대한 하이힐을 변형한 무대 세트 그리고 약간 달라진 엔딩이 ‘이란성 쌍둥이’임을 알려줄 뿐.

‘29세 당당한 싱글 여성의 자기 인생 찾기’로 압축되는 이 뮤지컬은 영화를 본 관객이나 보지 않은 관객 모두 무난히 즐길 만하다. 소극장 무대가 더 어울렸음 직한 이 작품은 불필요한 세트 전환에 따른 잦은 암전 등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띄지만 초연인 창작 뮤지컬치고는 매끄러운 스토리 전개 등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정준 역의 김도현은 안정된 노래와 연기로 가장 돋보였다. ‘쿨’한 캐릭터인 동미 역의 백민정은 노래할 때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당당한 29세 여성을 성공적으로 그려냈지만 연기를 할 때는 간혹 19세 철부지의 모습에 가까웠다. 말장난과 욕설 등을 이용한 ‘성재준표 유머’는 재기발랄한 이 젊은 연출가의 강점이자 단점. 8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64-876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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