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른 ‘얼리 어답터’들의 본고장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선보이는 것.
지난주 서울에서 처음 열린 아시아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그 실체를 공개한 이 영화는 올여름 할리우드 대작 중 유일하게 300만 이상 관객에 값할 만한 영화다.
어린이의 꿈을 현기증 날 만한 특수효과와 스피드의 결합을 통해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겨 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 비견될 만하다. ‘쥬라기 공원’이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의 주요 원천으로서 공룡을 실감 나게 그렸다면 ‘트랜스포머’ 역시 어린이들을 흥분시키는 변신로봇의 꿈을 놀랍도록 정밀하게 현실화했다.
집안에 사내아이가 있다면 장난감 통을 뒤져 보라. 공룡 모형뿐 아니라 스포츠카나 트럭, 버스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난감도 틀림없이 들어 있을 테니. 공룡이 동심의 과거를 상징한다면 변신로봇은 동심의 미래를 상징한다. 공룡이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면 변신로봇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누린다. 사내들의 영원한 장난감 자동차와 어린이들의 로망으로서 로봇을 하나로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는 이를 정확히 읽어 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인류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지닌 외계 로봇군단이 지구로 잠입해 인류를 파괴하려는 디셉티콘과 인류를 지켜 주려는 오토봇 간의 대결로 요약된다. 여기서 정의의 편 오토봇은 줄기차게 스포츠카와 트럭, 지프와 같은 자동차로만 변신하는 반면 악당 디셉티콘은 비행기, 헬리콥터, 탱크는 물론 카세트와 휴대전화로까지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트랜스포머’에는 또 다른 시너지 효과가 들어 있다. 좀 더 동심에 충만한 스필버그표 어린이코드와 좀 더 발칙한 베이표 섹시코드가 뒤섞인 칵테일이다. 카타르 사막에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특전사령부를 단숨에 괴멸시키는 디셉티콘의 막강한 파괴력에 베이 감독의 스타일이 녹아 있다면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가정집 벽과 정원에 서커스에 가까운 동작으로 들러붙는 오토봇의 천진난만한 모습에는 스필버그의 스타일이 녹아 있다.
이는 로봇 이상으로 중요한 인물들 속에도 숨어 있다. 외계로봇군단의 기술력의 원천 ‘큐브’의 위치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어수룩한 고교생 샘 위트위키(샤이아 라보프)가 스필버그표 캐릭터라면 샘이 열망하는 섹시한 미카엘라(메건 폭스)는 베이표 캐릭터다.
다른 변수도 존재한다. 변신로봇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성 관객들이다. 과연 이 철없는 남성들의 로망에 얼마나 많은 여성이 동참해 줄까. 참고로 분명한 것은 여자들이 도리질을 하면 친구들끼리 또는 아들과 손잡고 몰려가서라도 이 영화를 봐야 직성이 풀릴 남자들이 꽤 될 것이란 점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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