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땐 그랬는데…. 그리워요.”
요즘 TV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최근 지상파 TV 오락물의 트렌드는 ‘옛날 다시 보기’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 주는 ‘복고 스타일’보다 과거의 재연이나 옛 히트곡 배우기를 통해 당시와 현재를 연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7일 처음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 옛날TV’(일요일 오후 5시 반)가 대표적이다. 복고 버라이어티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1960, 70년대 흑백 드라마, 쇼, 광고를 재연하는 형식이다.
17일에는 1964년 동양방송(TBC) 편성표에 맞춰 당시 드라마와 뉴스를 소개했다. 1970년대 드라마 ‘아씨’에 출연했던 탤런트 사미자와 여운계가 나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은 “잘될 턱이 있나” “지구를 떠나거라” 등 과거에 유행했던 개그로 추임새를 넣었다. 진행자인 김주희 아나운서는 1970년대 복고풍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MBC ‘황금어장’(수요일 오후 11시)의 신설 코너 ‘라디오 스타’의 주제도 ‘회상’이다. 13일에는 김구라 윤종신 등 라디오 DJ들과 가수 김종서가 1993년 박정운 현진영의 히트곡을 주제로 토크쇼를 펼쳤다.
KBS2 ‘해피선데이’(일요일 오후 5시 반)의 코너 ‘불후의 명곡’도 마찬가지. MC 탁재훈 신정환이 옛 히트곡을 배우기 위해 남진 등 왕년의 인기 가수를 찾아 나선다. 17일에는 ‘애모’를 부른 김수희가 출연했다.
‘과거로 가는 TV’에 대해 방송계는 △TV 시청층의 변화 △케이블과 지상파 오락물의 역할 분화 △소재의 빈곤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옛날TV’를 연출한 박상혁 PD는 “젊은 시청자들은 케이블이나 인터넷에 흡수되고 있다”며 “케이블 오락물이 선정적인 소재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지상파는 과거에 대한 향수 등 시청자층을 넓힐 수 있는 내용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15년간 성별 및 연령별 TV 시청점유율(AGB닐슨미디어 집계)에 따르면 20대는 케이블로, 30대 이상은 지상파로 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20대 이하 점유율은 감소했으나 30대 이상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경우 1992년 41.7%였던 20대 이하 점유율이 2006년엔 33.2%로 떨어졌으나 같은 기간 30대 이상은 58.3%에서 66.8%로 올랐다.
지상파 드라마가 젊은 층의 이야기를 다룬 트렌디 드라마보다 30대 이상이 공감하는 소재를 내세우는 것처럼, 오락물에서도 젊은 스타들의 짝짓기나 운동회 코너는 케이블로 옮겨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파 오락물 출연진도 30대 초반 MC와 10, 20대 게스트에서 30대 중반 MC와 30∼50대 게스트로 바뀌는 추세다.
소재의 부족으로 옛 히트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후의 명곡’의 이동희 PD는 “지상파 오락물은 다양한 연령이나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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