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금요일 오후 11시)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 소감이 가득하다. 30세의 ‘독한 독신녀’ 이영애(김현숙)는 못생기고 뚱뚱해 회사와 집에서 구박받고 남자들에게 외면당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잘못을 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분풀이한다. 여성 시청자들은 그 외로움에 공감하거나 화끈함에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글을 올린다. 19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극중 영애 역의 김현숙을 만났다.
“영애를 보면 잠시나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울화가 풀린다고 해요. 겉보기와 달리 저도 독하지 못해 연기할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자신을 “덩어리”라 부르며 성희롱하는 직장 상사에게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개똥 묻은 구두 굽으로 커피를 저어 주거나 화장실에 꽂힌 상사의 칫솔로 변기를 닦는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주인이 예쁜 애들한테는 잘해주면서 저에게만 험한 일을 시켰어요. 밥 먹는데 ‘돼지 사료냐’고 구박하기도 하고. 앞에서 대놓고 항의하면 이상한 여자로 취급받고 해고되니까 그런 식으로 풀 수도 있는 거죠.”
영애는 만원버스 안의 성추행범이나 ‘바바리맨’ 앞에서도 피하지 않는다. 쓰레기봉지를 집어던지며 두들겨 패거나 아예 휴대전화로 촬영해 버린다. 김현숙도 “학창시절에 지하철에서 몸을 비비적대는 치한이 많았다”고 했다.
“어려서 겁도 많았고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넘어갔죠. 지금이라면 영애처럼 ‘막돼먹은’ 응징을 할 텐데 아쉬워요.”
영애는 극중에서 가족의 끈끈한 정 때문에 울고 웃는다. 엄마는 딸의 생일을 잊어버리고 미안해하면서 오후 11시에 미역국을 끓여 주기도 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현숙은 “가정을 ‘나 몰라라’한 아버지가 미웠고 의사가 된 오빠와도 자주 비교당해 사이가 나빴지만 가족은 변하지 않는 내 편”이라고 말했다.
“전 ‘막돼먹기’보다 ‘막나가는’ 여자예요. 외모나 가정형편 때문에 어렵다고 했던 꿈(배우)을 제 자신만 믿고 ‘막나가서’ 이뤘어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시가 있는데, 영애와 저를 보며 30대 여성들이 용기를 되찾아 잔치를 벌였으면 합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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