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경汲深(단경급심)’이라는 말이 있다. ‘短’은 ‘짧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숨이 짧다, 부족하다, 뒤떨어지다’라는 뜻이 나왔다. ‘短見(단견)’은 ‘짧은 견해, 짧은 생각’이라는 말이고, ‘短評(단평)’은 ‘짧은 비평’이라는 말이다. ‘短命(단명)’은 ‘명이 짧다’, 즉 ‘일찍 죽다’라는 말이 된다. ‘短點’은 ‘부족한 점, 뒤떨어진 점’이라는 말이다. ‘경’은 ‘두레박 줄’이라는 뜻이다. ‘汲’은 ‘물을 길어 올린다’는 뜻이다. ‘及(급)’은 원래 ‘…에 미치다, 도착하다’라는 뜻인데, ‘汲’은 ‘수(물 수)’와 함께 있으므로 ‘물에 미치다, 물에 도착하다’, 즉 ‘물을 길어 올리다’가 된다. ‘深’은 ‘깊다’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깊은 우물’을 나타낸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短경汲深’은 ‘짧은 두레박 줄로 깊은 샘의 물을 길어 올린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힘이 세고, 아무리 용기가 있어도 짧은 두레박 줄로 깊은 샘의 물을 길어 올릴 수는 없다. 이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용기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용기가 아니다. 이것은 세상을 속이려 드는 것이 아니면 스스로 무지한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구독 103
구독 1
구독 14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