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3년 몽골 첫 대통령선거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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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이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화된 나라는 어디일까. 동유럽도, 중국도, 북한도 아닌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이다.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몽골 독립 영웅의 아버지인 수흐바토르 동상이 서 있다. 수흐바토르가 이끌던 몽골국민당은 1921년 소비에트의 적군(赤軍)과 연합군을 결성해 중국과 러시아의 백군(白軍)에 점령돼 있던 울란바토르를 탈환하고 인민혁명 정부를 수립했다.

이 나라는 14세기 중엽 몽골제국이 해체된 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다 결국 청(淸)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몽골은 내몽골, 외몽골로 쪼개져 중국의 변방 성(省)으로 몰락했다. 한국인이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일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몽골인은 중국인에게 느낀다. 소비에트 군대의 도움으로 독립전쟁에서 승리했던 몽골의 공산화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몽골은 독립에 도움을 준 구소련을 ‘큰 형님’ 국가로 모셨다. 어려운 전통문자 탓에 문맹률이 높았던 몽골은 러시아 문자를 받아들였다. 1960년대 중-소 국경분쟁 이후 러시아는 몽골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몽골은 구소련의 16번째 공화국이란 말까지 들었다.

1980년대 말 ‘육지의 섬’ 몽골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구하자 몽골 인민혁명당 바트문크 서기장도 ‘시네치엘(쇄신)’ 정책을 추진했다.

1989년 12월. 몽골에서는 아시아 공산국가 최초로 민주화 가두시위가 발생했다. 지식인, 학생, 예술가 등이 ‘몽골민주연합’을 결성해 다당제, 시장경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1990년 1월에는 시위대가 스탈린 동상도 철거했다.

1993년 6월 22일 첫 대통령선거를 실시해 오치르바트 대통령이 당선됐다. 사회주의 몽골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지 70여 년 만에 중립, 비동맹, 자유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몽골국’이 탄생한 것이다.

요즘 대선주자들 사이에선 ‘한국과 몽골의 국가연합론’이 화두다. 세계 8대 자원부국이자 한반도 면적의 7배인 영토대국 몽골과 세계 10위 경제 규모의 한국이 유럽연합(EU) 같은 공동체를 이룬다면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는 몇 만 명의 몽골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양국은 인종적으로 닮았다. 중국, 러시아, 일본의 팽창정책 때문에 안보를 위협받았던 호된 경험이 있는 한-몽 공동체는 지역 간 세력 균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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