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풀꽃이야기’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풀꽃이야기/현진오 지음·이승현 고상미 그림/164쪽·9000원·뜨인돌 어린이(초등 4학년 이상)

흔히 ‘이름 없는 들꽃’이라고 말들 하지만 알고 보면 풀꽃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한반도의 산과 들에서 저절로 자라는 식물은 3500여 종인데, 이 중 풀꽃은 2700여 종으로 나무보다 풀꽃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풀꽃들의 ‘삶’을 쉬운 대화체 형식으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이름 없는 풀꽃’들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체로 다가온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깽깽이풀’이나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앉은부채’에 대한 얘기를 읽다 보면 왠지 성격 급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미소를 짓게 된다.

손톱에 빨간 꽃물을 들여 주는 ‘봉선화’, 도심 잔디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생명력 강한 ‘서양민들레’ 등 생활 주변의 풀꽃부터 겨우 100여 포기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광릉요강꽃’까지 다양한 풀꽃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풀꽃의 사진과 아름다운 세밀화를 곁들인 이 책은 학명이나 습성, 피는 시기와 모양 등 풀꽃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개망초’ ‘쇠뜨기’ ‘원추리’ 등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풀꽃들의 생존 전략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고루 담았다.

또 중간중간 ‘풀꽃 박사님이 들려주는 식물이야기’란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도 소개했다. 책을 읽고 나면 왜 ‘대나무’는 이름과 달리 나무가 아니라 풀로 분류되는지, 우리나라 풀 가운데 가장 잎이 큰 풀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풀꽃들은 말없이 인간에게 삶의 자세를 가르친다. 소금기 많은 바닷가, 추운 극지방, 산소가 많지 않은 물속 등 열악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새로운 풀꽃 후손을 탄생시키는 이야기 등을 읽다 보면 고개가 숙여지며 문득 우리의 삶도 돌아보게 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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