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得其所(사득기소)’라는 말이 있다. ‘死’는 ‘죽음’이라는 뜻이고, ‘得’은 ‘얻다’는 뜻이며, ‘其’는 ‘그, 저’라는 뜻이다. ‘所’는 ‘…한 바’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옳은 바, 옳은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의미를 정리하면 ‘死得其所’는 ‘죽어서 옳은 것을 얻다’, 즉 ‘그 죽음은 값진 죽음이다’라는 말이 된다. 6·25전쟁에 바쳐진 그들의 죽음이 값진 것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의 우리가 잘살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우리 땅에서 죽어간 그 목숨이 길러졌던 나라에, 그리고 세계에 이를 갚아줄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에, 서아시아에 이제는 우리가 보답해야할 어려운 나라들이 있다. 6·25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停戰(정전)이라는 이름으로 임진강가에 머물러 있다. 停戰의 그 현장에는 아직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그들은, 가족과 사랑과 열정과 꿈을 아직도 잠시 접어야 하는 것이다. ‘死得其所’, 먼저 간 목숨을 값지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아직도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이것이 꿈을 빼앗긴 그 목숨에 대한 우리의 보답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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