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물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적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을 용서할 수는 있지만 그의 부정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어떤 스포츠팀을 사랑하는 것이 과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하는 것조차 즐거워해서는 안 되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사랑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愛屋及烏(애옥급오)라는 말이 있다. 愛는 사랑하다는 뜻이다. 愛讀者(애독자)는 읽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이고 愛聽者(애청자)는 듣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屋은 집이라는 말이다. 屋上은 집의 가장 윗부분이라는 말이다. 茅屋(모옥)은 이엉이나 띠로 지붕을 엮은 초라한 집, 초가집이라는 말이다. 초라한 집이라는 뜻으로부터 자기 집을 겸손하게 茅屋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자기 집에 한 번 들러달라는 부탁을 할 때 흔히 ‘茅屋에 한 번 들러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及은 미치다, 도달하다라는 뜻이고 烏는 까마귀라는 뜻이다.
정리하면 愛屋及烏는 어떤 집을 사랑하면 그 사랑이 그 집에 앉은 까마귀에게도 미친다, 즉 어떤 집을 좋아하면 그 집 까마귀도 좋아진다는 말이 된다. 사랑하면 모든 것이 좋게 보이는 것은 人之常情(인지상정)이다. 가끔은 이런 감정이 사회적으로는 해가 된다. 어떤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군대를 가지 않은 것도 좋아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적 조직을 좋아한다고 그들의 옳지 못한 부분까지 좋아해서는 안 된다. 무턱대고 사랑하는 것은 그래서 사회와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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