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들이 다음 달 10일 통산 6번째 앨범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를 발표하며 밴드 재결합 소식을 알렸다. 2000년 5집 ‘머시나’ 이후 7년 만이라니, 리드보컬 빌리 코건의 앵앵거리는 목소리, 까칠하고도 섬세한 그의 음악 세계 등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것만으로 반갑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이트가이스트’는 코건의 ‘명예회복’ 작품이다. 예술성 대신 철저한 상업 논리가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전성기 시절의 음악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코건은 앨범 시계를 1990년대로 맞췄다.
이는 코건의 지난 행보와 관련이 있다. 밴드 해체 후 2003년 또 다른 밴드 ‘즈완’을 결성해 독자적으로 활동했고 2년 후 솔로 앨범까지 발표했지만 골수팬들에게 ‘스매싱 펌킨스’가 아닌 ‘그냥’ 코건은 어색함 그 자체였다. 팬들조차도 내심 화석처럼 굳어 전설로 남아 주길 바랐는지 모른다. 요절한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처럼….
그의 입김이 강해진 것은 이유가 있다. 코건을 제외한 옛 멤버는 드러머 지미 체임벌린뿐. 일본계 기타리스트인 제임스 이하와 여성 베이시스트 다시 대신 새로운 멤버 제프 슈뢰더(기타)와 여성 멤버 진저 레이즈(베이스)를 기용한 것. 밴드의 ‘재결성’이라기보다 ‘시즌 3’ 같은 느낌, 분명 낯설다.
현재 빌보드 모던 록 차트 2위에 오른 첫 싱글곡 ‘타란튤라’는 ‘우리 아직 안 죽었어’ 하듯 쉴 새 없이 분위기를 방방 띄운다. 코건의 시니컬한 비음이 가득한 ‘둠스데이 클락’은 히트곡 ‘아바 어도어’(1998)의 계보를 잇는다. 반면 ‘블리딩 디 오키드’나 ‘대츠 더 웨이’에서는 ‘퍼펙트’(1998)나 ‘투데이’(1993) 같은 말랑말랑한 모던 록 느낌이 난다. 음반의 백미는 사이키델릭한 느낌의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정신없는 드럼 속주 속에서 “레볼루션”을 외치는 코건의 목소리는 기계가 마모되듯 날카롭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미국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물에 가라앉는 앨범 재킷부터 성조기를 걸고 공연하는 이들의 모습까지. 여기에 재킷, 보너스 트랙 등의 변화를 두며 무려 9개 버전으로 발매될 앨범까지…. 전례 없던 상술도 콘셉트인 걸까? 그래, 7년을 굶주렸으니 인기가 고프겠지. 아, 반갑고도 낯설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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