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곡’ >히트곡…디지털 음원시장의 스테디셀러들

  • 입력 2007년 6월 27일 02시 59분


디지털 음원 시장에도 스테디셀러는 존재한다. 다만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이승환 4집, 김종서 2집 등 과거 스테디셀러가 음반을 지칭했다면 이제는 음악 파일, 즉 ‘디지털 스테디셀러’ 형태로 변했다. 어떤 곡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을까. 가요계에서는 발표된 지 5년 이상의 인기 음반을 일반적으로 스테디셀러라 규정한다. 이 점을 감안해 발표된 지 5년 이상 된 곡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음악사이트 ‘벅스뮤직’과 미니홈피 ‘싸이월드’의 음악 차트를 통해 알아봤다.

○ 조수미-성시경 등 꾸준한 사랑 받아

스트리밍(실시간 음악 감상) 및 MP3 다운로드 건수를 합한 벅스뮤직 음악 차트에서는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 최고의 디지털 스테디셀러로 선정됐다. 그 뒤를 이어 3인조 포크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김광석의 ‘일어나’가 2, 3위에 올랐다. 특히 6위를 차지한 양희은의 ‘네 꿈을 펼쳐라’는 발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최근 광고에 삽입되면서 스테디셀러로 꼽혔다.

상위권의 잔잔한 곡들에 이어 여성그룹 ‘SZ’ ‘루머스’, 김현정 채정안 등 1990년대 후반 인기를 모았던 댄스곡이 10위까지 포진해 있다. 그 아래로도 ‘UP’의 ‘바다’(11위), ‘코요태’의 ‘순정’(15위), ‘벅’의 ‘맨발의 청춘’(16위) 등 댄스곡이 강세를 나타냈다. 이 밖에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미자의 ‘열아홉 순정’ 등도 비교적 상위 차트에 올라와 있으며 이문세는 ‘사랑이 지나가면’과 ‘깊은 밤을 날아서’ 등 두 곡을 올려놓았다.

싸이월드 배경음악 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한 성시경의 ‘좋을 텐데’를 비롯해 임현정, ‘브라운아이즈’, ‘유리상자’, 김동률 등 2000년대 초반 발표된 발라드 곡이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남성 듀오 ‘브라운아이즈’는 3위에 오른 ‘벌써 일 년’부터 ‘사랑’, ‘위드 커피’, ‘언제나 그랬죠’, ‘포 유’ 등 500위 내에 7곡을 올려놓으며 최고의 스테디셀러 팀으로 인정받았다.

○ 롱런의 조건…잔잔하거나 입소문을 타거나

디지털 스테디셀러의 등장은 10대 위주의 최신 가요 시장에서 20대 이상의 연령대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벅스뮤직 음악기획팀 성문영 과장은 “전체 이용자 중 30대 이상이 30% 정도”라며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와 달리 이들은 음악을 꾸준히 듣고 충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른바 ‘대박’ 난 히트곡 대신 인기가수의 알려지지 않은 앨범 수록곡이나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곡, 광고 삽입곡, 계절에 어울리는 곡 등을 선호한다. 이들은 음반을 구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좋아하는 곡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반긴다.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김건모, 신승훈 등의 대형 가수보다 내실 있는 중견 가수들이 선전한 것도 눈에 띈다. ‘브라운아이즈’나 ‘자전거 탄 풍경’이 대표적인 예.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히트 여부와 상관없이 누리꾼들 스스로 좋은 음악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며 “꾸준한 수입을 보장해 주는 만큼 디지털 스테디셀러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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