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슈츠 회화관장 “합스부르크 왕가 예술품은 인류 유산”

  • 입력 2007년 6월 27일 02시 59분


카를 슈츠 회화관장이 26일 오후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대한 유산’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카를 슈츠 회화관장이 26일 오후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대한 유산’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오스트리아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의 카를 슈츠 회화관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그는 25일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한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을 참관하기 위해 내한했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예술품 중 회화 명작 64점을 선보이는 전시로 렘브란트, 루벤스 등 유럽 근대미술의 변천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슈츠 관장은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최초의 예술 후원자인 막시밀리안 1세(1459∼1519)는 예술과 출판을 통해서만 후세가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예술품을 수집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문화유산이 됐다”고 말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예술품 보석 공예품뿐만 아니라 산호 등 희귀하고 진귀한 물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했다. 슈츠 관장은 타조알과 산호를 재료로 만든 조각과 유사한 작품 사진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전시는 미술사적 관점에서 작품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컬렉터별로 구성했다”며 황제 루돌프 2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등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대 컬렉터에 얽힌 일화를 상세하게 전했다.

루돌프 2세(1552∼1612)는 우울한 성격으로 에로틱한 그림을 좋아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연애담을 궁정화가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관능적인 여인의 나신이 전면에 드러나는 ‘불카누스의 대장간에 있는 비너스’ 등 그가 수집한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전시에는 또 그의 결함 있는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초상화도 선보인다.

레오폴트 1세(1640∼1705)는 50여 년간 재위하면서 ‘바로크시대’를 부채질한 주인공. 슈츠 관장은 벨라스케스의 ‘흰 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는 장차 남편이 될 레오폴트 1세에게 보낸 기록화로 유럽 왕가의 교류 실태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 그림도 한국전에서 볼 수 있다.

카를 6세(1685∼1740)는 문화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안목으로 청년기부터 회화를 수집했으며 주로 렘브란트 그림을 사 모았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이 렘브란트 걸작을 여러 점 소장한 것도 카를 6세 덕분이다.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는 군과 행정 개혁을 통해 근대국가의 통합을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에 퍼져 있던 손자들의 초상화를 비엔나로 보내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톤 폰 마론의 초상화를 통해 여제의 단호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강연에 이어 한국 전시의 감상 포인트를 묻는 질의가 나오자 그는 “예술품은 관찰하는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전시작에 대한 정확한 배경이나 지식을 미리 습득하고 그림을 마주하면 더 좋은 발상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당시 제후들은 예술가 후원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했고 이를 의무로 여겼지만, 요즘 공공재단의 작품 수집은 훨씬 더 힘들어졌다”며 박물관(미술관) 운영의 어려움도 내비쳤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비엔나미술사박물관展…9월 30일까지 덕수궁미술관▼

《유럽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비엔나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 중 회화 64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9월 30일까지(월요일 휴관) 열리고 있다. 한국 전시작 중 놓치지 말아야 할 걸작을 소개한다. 문의 02-2022-0600》

대공 레오폴트 빌헬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술 후원자 중 가장 비중 있는 사람 중 한 명. 그림은 빌헬름(가운데 모자를 쓴 이)이 갤러리에서 초상화를 관찰하는 장면을 담았다. 오른쪽 옆에 있는 이가 이 그림을 그린 궁정화가 테니에르다. 17세기 중반 유럽 갤러리의 풍경과 왕가의 미술품 수집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전한다. 갤러리 벽에는 ‘동생을 살해하는 카인’ 등 이번 한국 전시에 나온 그림도 있어 관객들에겐 ‘숨은 그림 찾기’도 흥미롭다. 아래 두 마리 개는 걸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쟁에 대한 암시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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