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개 코너에 왜 분재가 등장하느냐고요?
실망하지 않을 이유가 여럿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입은 물론 눈, 귀, 코 등 오감(五感)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1500여 평의 공간에 5000여 주가 넘는 분재, 옛 생활용품을 정성스럽게 모은 미니 민속박물관, 장승과 솟대로 치장한 정원과 연못, 1940년대 오디오와 7000장의 레코드, 넓은 야외식당에서 맛보는 두부요리와 돼지갈비….
62세 동갑내기인 박유재 김용숙 씨 부부가 평생에 걸쳐 꿈과 땀으로 만든 공간입니다.
○주인장의 말
▽박유재 씨=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만난 예쁜 나무에 푹 빠졌습니다. 바로 분재죠. 직장에 다니면서도 분재에 매달렸는데 50년이 되네요. 1984년 이곳에서 분재농장을 시작했고, 1997년 농업진흥공사에서 퇴직한 뒤에는 분재에만 전념했습니다.
옛 직장 동료들의 말처럼 행복한 인생이죠. 어릴 때 취미가 평생 이어졌고, 그 취미를 살려 노년을 즐겁게 보내고 있으니까요.
분재는 인간과 자연의 예측할 수 없는 만남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쁨과 아픔, 즐거움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아름다움을 보려면 마음이 편해야죠. 제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김용숙 씨=분재요? 보기 좋고 말은 쉽죠. 저 양반 ‘세상시계’는 분재 중심으로 몇십 년을 돌았죠. 저는 그 분재들 뒤편에서 쪼그리고 살았어요. 남편이 출근하면 혼자 분재에 물을 주느라 사람 구경을 못했어요. 이제 사람 구경 좀 한다 싶더니 2001년 식당을 시작해 사람에 치이게 만듭니다.(웃음)
분재 때문에 예전부터 손님이 많았죠. 음식은 그때 집에서 먹던 식으로 만들고 있어요. 돼지갈비, 잔치국수, 콩비지 탕, 두부 지짐….
음식장사는 할 줄 몰라요. 다만 내가 먹기 싫은 것은 남도 먹기 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재료에 조미료를 쓰지 않고 음식을 만듭니다.
콩비지 탕은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철원 콩을 갈아 씁니다.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아요. 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비지는 거칠고 담백하지 않아 쓰지 않습니다.
배추 무 양파 대파 등 야채를 볶다 간을 맞춥니다. 우리 집 비결은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는 거죠. 간장을 쓰면 색깔이 좋지 않고 소금은 텁텁한 맛이 생깁니다. 새우젓도 오래 전 담근 것을 써야 제 맛이 납니다. 야채에 비지를 넣은 뒤 은근한 불에서 거품이 날 때까지 2시간 정도 끓입니다.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콩비지 탕이 우유를 푼 듯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김=콩의 질이 맛을 좌우합니다. 콩이 바뀌면 아무리 신경을 써도 제 맛이 나지 않아요.
▽식=콩비지 탕을 잘 끓이는 요령이 있습니까.
▽김=중요한 것은 불의 세기죠. 센 불을 쓰면 비지가 부서지고 맛도 거칠어져요. 은근한 불에서 모양이 깨지지 않도록 살살 저어야 합니다.
▽식=사모님이 처음에는 분재, 지금은 음식 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박=직장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있다보니 그게 얼마나 힘든 줄 알겠더군요. 힘들고 싫어도 생명을 죽일 수는 없으니. 이 사람이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한 셈이죠.
▽식=작은 박물관과 레코드까지 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박=뭐든지 잘 못 버려요. 옛날 것들이 점점 사라져 안타깝습니다. 분재든 음식이든 가치를 모르고 값만 얘기할 때면 답답해집니다. 더 싸게 만들 수 있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거든요.
∇김=원예를 전공한 아들(용석·31)이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저 양반 욕심은 분재라 아들이 그쪽에 신경을 더 썼으면 하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아요. 세상 일이 마음대로 안 되죠.(웃음)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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