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日本의 속살, 온천료칸⑤가나가와 현 무사시노벳칸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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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에 5만5000개쯤 된다는 료칸.

그중 온천 료칸은 3000개뿐이다.

온천 료칸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로텐부로(露天風呂)다.

로텐부로는 단순히 ‘노천탕’으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자연과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휴식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풍경에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정원 조경(造景)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천욕장을 둘러싼 공기와 바람, 눈과 비, 햇빛과 그늘만큼은 자연 그 자체다.

그러니 로텐부로에서의 휴식은 자연과 더불어 이뤄진다고 말할 수 있다.

로텐부로는 료칸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각 료칸이 더욱 멋진, 좀더 운치 있는 로텐부로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이 때문.

그런 경쟁이 최근에는 ‘가시키리(貸切) 온천’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치닫고 있다.

기존의 무료 이용 온천탕과 별개로 추가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탕을 말한다.

그런 만큼 그 어떤 로텐부로보다 운치가 있을 것은 자명한 이치.

하코네 미야노시타 온천의 ‘무사시노벳칸’은 그런 멋진 가시키리 로텐부로를 세 개나 둔 고급 정통 료칸이다.》

일본의 상징 후지산. 하코네(가나가와 현)는 그 산의 웅자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국민관광지’다. 산악과 계곡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하코네. 게서도 후지 산을 바라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아시노’라고 불리는 거대한 호반이다. 맑고 바람 잦은 날 아침, 호수 수면에 어린 후지 산의 모습이야말로 하코네를 찾은 이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일본 제일의 풍경이다.

산악관광지 하코네. 이곳의 관광루트는 별스럽다. 등산열차와 등산버스, 로프웨이(우리의 케이블카)와 케이블카(지중 케이블로 오르내리는 전차)가 구석구석 연결한다. 호수에선 관광선도 운항한다. 관광의 중심축은 철도역이 있는 오다와라에서 큰 산 소운잔 너머로 이어지는 계곡. 오다와라 역(도쿄를 잇는 오다큐센 철도역)은 하코네의 관문이다.

료칸 무사시노벳칸(武藏野別館)은 그 소운잔 아래로 펼쳐진 계곡 중간의 미야노시타에 있다. 미야노시타는 600여 년 역사의 유서 깊은 온천마을. 이 마을 앞 도로가 국도 1호선임을 알면 이곳이 도쿄 시민으로부터 얼마나 사랑받는 온천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산 중턱의 무사시노벳칸. 자동차도 힘겹게 오르는 가파른 언덕 마루에 있다. 1968년에 개장해 40년째건만 어제 막 개장한 듯 여전히 깔끔하다. 도착한 시간은 손님들이 퇴실하는 오전 10시. 그들을 배웅하느라 오카미(女將·여주인이자 총지배인)와 나카이상(여관 도우미)이 현관밖에 나와 있었다. 공손히 절한 뒤 손님을 태운 승용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쉼 없이 손을 흔드는 그 깍듯한 예절. 일본 전국 어느 료칸이고 다르지 않지만 유독 이 무사시노벳칸에서는 더더욱 진솔해 보였다. 아마도 료칸 정통의 접대문화와 품위를 유지하고 받드려는 노력 덕분이리라.

그런 정통 료칸이지만 오카미인 오타 나루미 씨는 젊은 세대였다. 처음 안내된 현관의 휴게실. 소파 정면의 대형스크린에 후지 산의 동영상이 투사되고 있었다. 공중 촬영한 영상으로 보여 주는 후지 산의 위용. 상상보다 대단했다. 둘러본 실내는 복도까지 온통 다다미다. “그래서 슬리퍼를 신지 않으셔도 됩니다. 맨발로 다녀도 되니 소음도 없고 편하지요.”

무사시노벳칸의 자리매김은 완벽했다. 로텐부로가 외부인의 시야에 노출될 위험이 전혀 없는 숲 속이라는 말이다. 이런 지형을 보고 나서야 나는 료칸 이름 위에 쓰인 ‘사계의 탕’ 의미를 간파할 수 있었다.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서 노텐부로를 마음껏 자연에 개방했고, 그 덕분에 욕객은 사철 변하는 자연의 풍광을 탕 안에서 원 없이 즐길 수 있으니까.

그런 멋진 숲 속의 로텐부로가 9개나 있다. 2개는 대욕장, 4개는 객실 전용. 나머지 3개가 대절용인 ‘가시키리 온천’이다. 나는 가시키리 온천탕 3개 가운데 ‘군푸(薰風)’를 찾았다. 료칸 건물 밖으로 지붕을 씌운 좁은 계단 길로 올라간 숲 속의 한 오두막. 그 지붕 아래 놓인 욕조는 정면이 ‘ㄱ’자 모양으로 개방됐고 주변은 온통 신록의 숲. 드리워진 숲 그늘로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욕조의 수면이 아름답게 빛났다. 히노키(삼나무) 욕조가 자연과 어울린 모습도 보기 좋았다.

안내서에 적힌 온천탕 수온. 섭씨 41도다. 이 온도는 기억해 둘 만하다. 휴식과 긴장의 경계선이기 때문. 1도만 높아도 우리 몸은 휴식 대신 긴장 모드로 바뀐다. 그 이하라야 온천욕이 휴식을 극대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안내서에는 온천수의 원천에 관한 부분도 있다. 일본온천협회가 인정한 ‘천연온천’ 마크와 함께 ‘온천촌 제114호 원천 광천지’라고 쓰인 팻말이 놓인 원천공 사진이 실려 있다. 근방의 큰 산인 소운잔 지하 5km 지점에 있는 마그마로 데워진 지하 100m의 수맥에서 용출(섭씨 69도)하는 중탄산염천으로 부인병과 피부병,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온천욕 후에는 유카타(浴衣)로 갈아입는 것이 료칸의 전통.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로 휴식에 무척이나 효과적이다. 온천욕이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면 유카타는 마음과 정신의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온천욕 후 갈증이 술맛을 당기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

무사시노벳칸의 ‘요이쓰키테(宵月亭)’는 ‘온천욕 후 한 잔’의 공간이다. 여기에 앉자 오카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더니 술 한 잔을 권한다. 직접 담근 18종의 약주 가운데 하나로 손님의 체질과 건강에 좋을 만한 것을 골라 주는 ‘처방주’다. 눈높이로 설치한 긴 통 유리창을 통해 펼쳐지는 초록 숲 풍경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섬세한 오카미의 손길이 가장 짙게 느껴지는 멋진 공간이다.

무사시노벳칸도 헤야쇼쿠(객실 식사)를 낸다. 이날 저녁. 다다미방의 식탁 위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이 정도 고급 료칸이면 사실 음식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걱정할 것이 있다면 차례차례 제공되는 산해진미를 끝까지 다 맛보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뼈아픈 실수. 저녁상은 14품의 가이세키 요리인데 백미는 펄펄 산 전복요리와 온천수에 데친 손두부. 자체 와인셀러의 버라이어티(다양한 보유 와인)도 수준급이다. 객실은 총 21개, 종업원은 20명이다.

하코네=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국도 1호선을 만든 서양식호텔 1호▼

일본의 국도 1호선. 도쿄 외곽의 요코하마 항과 하코네의 아시노 호수를 잇는 도로다. 하코네국립공원의 주축 관광도로가 바로 이 국도 1호선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질문 하나. 하필이면 왜 국도 1호선이 요코하마와 하코네를 잇는 노선일까. 대답은 ‘후지야(富士屋)호텔’이다.

후지야는 1878년 하코네의 온천마을 미야노시타에 개장한 일본 최초의 서양식 리조트호텔. 그동안 다녀간 유명 인사를 보자. 일왕과 왕가는 물론 헬렌 켈러(1937, 1949년 두 차례 방문), 찰리 채플린(1932년), 비틀스 멤버인 존 레논과 부인 오노 요코,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1946년) 등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문을 연 1878년은 메이지유신 11년. 서양 문물이 봇물 터지듯 밀려 들던 시기였던 만큼 서양식 휴양호텔의 필요성은 당연한 결과. 그런데 워낙에 오지였던 터라 건축자재 수송이 어려웠다. 국도 1호선은 그래서 건설됐다. 요코하마 항에 하역된 국내외 건축자재는 모두 이 도로를 통해 옮겨졌다.

고풍스럽기 이를 데 없는 후지야호텔. 외양만큼 객실도 옛스럽다. 좀 낡고 구식이기는 해도. 가장 오래된 본관은 최초 건물 소실(1884년) 후 그해 그 자리에 새로 지은 것. 이후 서양관(1906년) 등 부속건물이 1960년(포리스트 로지)까지 차례로 들어서며 현재 모습을 갖췄다. 객실마다 온천수가 공급되는 온천호텔이지만 대중탕은 볼품없다. 서너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인 데다 지하의 한구석에 있다.

그러나 부속건물 ‘더 후지야’(1930년 건축)의 프렌치 레스토랑은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뜬 우아한 실내에서 ‘호텔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서비스교육이 철저한 이 호텔의 잘 훈련된 종업원이 정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 정통 프랑스 요리를 지향하는 음식도 수준급이다. 그러니 이 호텔에 투숙(1박 2식 제공)한다면 식사예약은 양식으로 하기를 권한다. 지하층의 바도 고풍스럽고 멋지다.

하코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무사시노벳칸(武藏野別館) ▽홈페이지=www.musasino.net ▽위치=가나가와 현 하코네 미야노시타 온천 ▽가격(1인·2인1실 기준) △일반객실: 2만4000엔부터 △로텐부로 객실: 3만1000엔부터(세금 별도 주중요금) ▽식사=헤야쇼쿠(객실 식사) 가능 ▽찾아가기(철도) △신칸센: 도쿄 역∼신칸센(45분)∼오다와라 역∼하코네 등산열차(40분)∼미야노시타 역 △로맨스카: 신주쿠 역∼오다큐(小田急)센∼하코네 유모토 역(80분)∼하코네 등산열차(25분)∼미야노시타 역

◇무사시노벳칸 료칸 자유여행

이오스여행사(www.ios.co.kr)는 일본어를 못해도 다녀올 수 있는 자유여행 패키지를 판매 중. 항공권, 료칸 숙박(하루 3식), 료칸 여행안내서(자체 제작), 여행자보험, 송영 서비스 포함. 직원 한 명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전담해 로밍폰으로 24시간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길 찾기, 열차 갈아타기 등을 알려준다.

▽상품(가격은 주말 기준) △3일 일정(무사시노벳칸 2박): 일반 객실 109만 원, 노천탕 딸린 객실 129만 원 △4일 일정(무사시노벳칸 2박+도쿄 특급호텔 1박): 일반 객실 119만 원, 노천탕 딸린 객실 139만 원. △5일 일정(무사시노벳칸 2박+도쿄 특급호텔 2박): 일반 객실 129만 원, 노천탕 딸린 객실 149만 원 △특전: 하코네 유모토 역∼료칸 송영 서비스, 가나가와 지주(地酒·향토 술인 청주 혹은 소주), 식사메뉴를 미리 선택하는 ‘전용식탁 맞춤 서비스’ 제공 △예약: 홍은주 과장, 엄태훈 주임. 02-546-4674

◇관련정보 ▽한국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www.welcometojapan.or.kr): 02-777-8601 ▽현지 △가나가와 현: www.kanagawa-kankou.or.jp △하코네: 연간 1900만 명이 찾는 도쿄 서쪽 90km 거리의 산악 국립공원. 하코네 관광부 한글사이트는 www.hakone.or.jp 0460-85-7410. 오다큐 관광안내는 www.odakyu.jp/english 03-5321-7887 △후지야호텔(www.fujiyahotel.co.jp): 유형문화재로 등록. 객실은 146개. 한국인 직원도 근무. 0460-2-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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