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色소설 독자 입맛 ‘사냥’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 저마다의 매력으로 공략하다

소설 삼국지의 시대가 열렸다.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소설이 국내 문학 시장을 나란히 끌어가고 있는 것.

최근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키는 김훈 씨의 장편 ‘남한산성’에 이어, 신경숙 씨의 ‘리진’, 은희경 씨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등이 탄탄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강세를 보인 일본 소설의 경우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교보문고) 내에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 선거’,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르헨티나 할머니’, 쓰쓰이 야스타카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굳게 자리 잡았다.

여기에다 지난달 나온 중국 작가 쑤퉁(蘇童)의 장편 ‘나, 제왕의 생애’가 출간 한 달 만에 5000부를 넘어서고, 이번 주 출간된 위화(余華)의 ‘형제’도 작가 마니아층이 두꺼워서 시장 반응이 기대되는 등 중국 작가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한중일 3개국 소설이 앞으로도 쏟아질 참이어서 독자들은 ‘동양 바람’에 휘말릴 것 같다.

중국작가협회 주석인 톄닝(鐵凝)의 ‘목욕하는 여인들’, 영화 ‘국두’의 원작자 류헝(劉恒)의 ‘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모옌(莫言)의 ‘생사피로’ 등 중국 소설은 올 한 해 줄이어 나올 예정이다. 평론가인 성민엽 서울대 교수는 “최근 인기 있는 중국 작가들은 선배 세대보다 문학적 세련미를 갖춰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고, 특히 중국 소설만의 장기인 ‘해학’이 돋보인다는 게 특징”이라고 평했다. 하루아침에 제왕에서 광대로 몰락하는 쑤퉁의 ‘나, 제왕의 생애’나 문화대혁명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변해 가는 인간 군상을 그린 위화의 ‘형제’ 모두 참혹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그리면서도 능청과 해학을 섞어 넣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

김훈 신경숙 씨 등 국내 작가들의 바람 몰이는 ‘한국 소설 신(新)르네상스’를 맞았음을 실감케 한다. 황석영 씨의 장편 ‘바리데기’가 다음 달 출간되고 김연수 정이현 김애란 씨 등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도 여름에 나오는 등 기대작이 이어져 우리 소설의 인기도 계속될 분위기다. 역사에 현대적인 문제의식을 투영하는 ‘뉴에이지 역사소설’이라는 실험, 젊은 작가들의 다양하고 신선한 문제의식 등이 우리 작가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문체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진 게 흥행 코드로 꼽힌다.

출판계의 ‘일류(日流)’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여성적 감수성에 호소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 영화사에서 앞 다퉈 작품 판권을 구입하려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배꼽 빠지는 유머로 가득한 오쿠다 히데오 등 즐길 만한 장르가 다양해 독자들의 호응이 식지 않고 있다.

○ 독자를 의식하는 감각을 갖추다

각양각색이면서도 ‘소설 삼국지’를 아우르는 공통분모가 있다. 대중성을 의식한다는 것. 평론가 김미현 이화여대 교수는 “탄탄한 서사에 모던한 감각이 더해진 게 최근 인기 있는 소설의 특색”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3국의 소설들은 모두 이런 ‘스토리텔링+세련미’라는 흥행 코드를 갖췄다. 중국 소설 특유의 선 굵은 서사, 일본 소설의 감성적이지만 무겁지 않은 이야기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독자들의 입맛에 맞아들어 간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그간 ‘문학을 위한 문학’에 매진했던 우리 작가들도 시장과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문학성과 재미를 담은 장편을 잇달아 생산하고 있어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문학 시장은 더욱 커지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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