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흑색선전 → 여론몰이 → 집단최면 → 선동
정승윤 교수는 이 책에서 “상대방의 단점을 제시하는 네거티브는 일종의 대선 전략이지만 허위 사실 폭로는 흑색선전으로 이와 구별해야 한다”며 “2002년 대선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공작정치의 전위대로 나섰다”고 지적했다.
○ ‘김대업 병풍’ 4단계로 진행
4단계 수법은 △1단계로 인터넷 및 마이너 언론을 이용한 폭로로 유권자들의 관심 유발 △2단계는 여론몰이 단계로 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허위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위장 △3단계는 집단 최면 단계로 일부 신문과 방송이 폭로 내용을 기정사실화 △4단계는 유권자 선동 단계로 시민단체들이 적극 개입해 유권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것.
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김대업 사건은 2002년 5월 한 인터넷 매체가 김대업 씨의 폭로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시작됐다. 민주당은 즉각 이 매체의 기사를 인용하며 249차례에 걸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고 당 ‘병역의혹진상소위원회’를 가동했다. 7월경부터 일부 신문과 방송이 기획 취재 형식으로 문제를 증폭시켰고 7월 말부터 시민단체 ‘민주개혁국민연합’과 참여연대 등이 김 씨와 함께 다니며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적극 개입해 정치 쟁점화했다는 것.
김 씨는 대선이 끝난 후 2003년 명예훼손죄 등으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은 2005년 김 씨와 김 씨 폭로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등에 한나라당에 1억6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정 교수는 “언론 보도를 퍼 나른 누리꾼들도 사후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김 씨를 보증하며 폭로를 확대 재생산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민주개혁국민연합’은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사건 종결 뒤 이 단체는 자취를 감추고 구성원들은 정권의 요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창복 당시 상임대표는 지난해 열린우리당 강원도지사 공천을 받았고 공동의장이던 이해학 목사와 효림 스님은 각각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과거사위원회 위원, 당시 김만흠 정책위원장은 인권위 위원을 지냈다.
○ ‘그들이 또 움직이고 있다’
정 교수는 통화에서 “민주개혁국민연합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이들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민족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를 구성해 범여권 후보 단일화 작업에 나서는 등 또다시 대선에 관여하려고 해 경각심을 주기 위해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달원 소장은 “현재 범여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이 2002년의 학습 효과로 유사하게 진행되는 면이 있다”며 “이 전 시장의 BBK 의혹이나 부동산 투기가 일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뒤 범여권이 이를 근거로 낙인 찍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시민단체들이 흑색선전에 앞장서도 사후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후 흑색선전을 퍼뜨린 관련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선은 다른 선거에 비해 처벌을 더 엄중히 하고 피해자인 국민이 관련자들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부 시민단체는 신관변단체’
이 소장은 ‘공동의 실패, 시민단체와 참여정부’편에서 시민단체들이 현 정부에서 일관성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에서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소홀히 하면서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참여정부에 참여하거나 옹호 및 동조했다”며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부동산 값 폭등, 도박 공화국으로 만들어 서민 가정을 파탄나게 한 ‘바다이야기’, 다단계판매업자인 제이유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인 ‘제이유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주의연대는 흑색선전과 관련해 시민단체 문제를 지적한 이번 책을 시작으로 방송의 편파성과 블로그 폭탄 선거의 위험을 다룬 책을 잇달아 발간할 예정이다. 또 시민단체들이 올해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신지호 대표는 “2002년 대선처럼 시민단체가 가담한 공작정치로 민의가 왜곡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며 “공작정치 예방 및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입법 활동을 통해 공작정치에 가담하면 전과자가 된다는 점을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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