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를 보며 황홀해한다. 여린 잇몸에서 막 나온 하얀 이를 발견한 순간, 옹알이를 시작한 순간,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또래 아이들 중간에 서서 겁먹은 표정을 짓는 것을 알아챈 순간 엄마는 가슴이 벅차다.
이뿐만 아니다. 아이와 함께한 일상에서도 얼마나 황홀한 순간이 많았는지. 아이의 손가락을 세어 보던 날 엄마는 그만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 맞추고, 함께 길을 건너던 날 아이가 손을 꼭 붙드는 것을 느낀다.
엄마는 아이를 보며 꿈을 꾼다. 언젠가 아이는 푸른 호수 그 맑은 물 속으로 뛰어들 것이고, 깊은 숲 그 서늘한 그늘 속으로 들어가 볼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기쁜 순간도 있겠지만 슬픔에 겨워 고개를 숙이는 날도 있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땐 엄마가 안타깝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날이라는 것을.
‘언젠가 그토록 크게 느껴지던 집이 이상하게 작게 느껴지는 날이 올 거야.’ ‘언젠가는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는 네 모습을 지켜봐야 할 날도 오겠지.’
아 그래, 그것은 아이가 자라는 것이고 독립하는 것이며 이별을 위한 준비임을 안다. 왜냐하면 그것은 엄마가 겪은 일이고 엄마와 딸이 아는 일이다.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아주 먼 훗날/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넌 나를 기억하겠지.’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나,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고집쟁이 딸이 갑자기 미워진 엄마, 혹은 자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숨만 푹푹 내쉬는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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