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책의 향기]반 고흐처럼 고독하고 힘들지?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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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처럼 고독하고 힘들지? 마음의 문 활짝 열어주고 싶어

From: 가수 이소은

To: 미국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언니

언니! 지금 미국의 하늘은 어때? 나이를 먹었는데도 난 하늘을 보면 여전히 감탄하게 돼. 그 밑의 세상은 변해도 늘 그대로인 하늘처럼 변하지 않는 우리 사이가 참 고맙게 느껴져. 우린 둘이 여러 면에서 심지어 하는 음악도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표현하고 느끼는 감성을 공유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부모님, 추억, 음악―우린 참 많은 것을 나눈다, 그치? 언니랑 나누고 싶은 책을 발견했어.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라는 작품인데 언니가 음악을 생각하는 마음과 깊이가 빈센트 반 고흐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서. 언니만큼 순수하게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 성향으로 이 현실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지 언니의 고민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 하지만 언니는 그런 중에도 오히려 그런 모든 경험이 녹아 있는 풍부한 감정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를 하잖아. 그것도 너무 기쁘게…. 고흐의 동생 테오처럼 나도 언니가 힘들 때 의지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동생이어야 할 텐데…. 그가 항상 갈망하던 “마음의 감옥의 문을 열어 줄 수 있는 깊고 참된 사랑”을 주는 그런 동생 말야.

아트가 엔터테인먼트로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언니가 그토록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 적 있지? 트렌드를 쫓아가긴 싫지만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어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지. ‘인생 수업’(이레)이란 책의 내용이 생각나.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모두에게 있다. 다만 위대한 사람들은 불필요한 것들을 조각해 냈을 뿐이다. ‘역할’이라는 것은 우리가 진실된 자신이 될 수 있는 것을 방해한다.”

데뷔 후 날 힘들게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나의 위치와 역할과 맞물린 고민들이었던 것 같아. 내 이름값에 맞게 성공해야 하고, 앨범이 잘 팔려야 하고, 연예인이라는 위치에 맞는 외모와 패션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 같은 것.

하지만 이런 것들이야말로 ‘인생 수업’에서 지적한 ‘불필요한 조각’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어. ‘역할 수행 말고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것’, 이렇게 생각하면 구속받을 수 있는 나의 위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같아. 그냥 음악을 사랑하고 꿈을 꾸는 인간 이소연, 이소은이면 되잖아?

눈에 띄게 성공했거나 변화한 것도 없고 여전히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요즘 난 참 행복해. 살면서 불행하거나 속상할 때를 생각해 보면 인정받길 원하거나, 대가나 이해를 바라기 때문인 경우가 많더라.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세종서적)에서 캡틴이 에디에게 하는 말이 있어. “희생이라는 것은 인생의 한 과정이야. 후회하거나 한탄할 일이 아니라 지향해야 할 것….” 약간 다르긴 하지만 희생도 무언가를 바라며 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자신을 내놓는 것이잖아. 노력도 사랑도 열정도 내가 주고 쏟으면서 그 자체로 기뻐할 수 있잖아. 타인이나 외부 환경에 바라는 게 적을수록 내가 채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 이런 내 행복을 완성해 주는 언니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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