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할 발판을 마련했다.” “어릴 때 보여 준 재능이 성숙하지 못했다.”
한국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임동혁(23) 씨가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3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공동 4위로 입상하자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입상한 것은 정명훈(1974년·공동 2위), 백혜선(1994년·3위), 임동민(2002년·5위) 씨에 이어 4번째. 임동민(27) 씨는 임동혁 씨의 친형이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임동혁 씨가 동메달만 땄어도 세계 3대 대회 3위 입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는 2003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각각 3위에 올랐다.
임 씨는 30일 모스크바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쇼팽 대회 이후 한동안 방황했다”고 고백하면서도 “심사위원 15명 중 4명이 러시아인”이라고 말해 편파 심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는 1위가 나오지 않았고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이 2위(미로슬라프 쿨티셰프), 3위(알렉산드르 루뱐체프), 공동 4위(세르게이 소볼료프)에 올랐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피아노 부문 심사위원인 백건우 씨는 이날 시상식에 앞서 “임 씨의 연주에 대해 ‘손재주는 뛰어나지만 어릴 때 보여 준 ‘뮤직(music)’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백 씨는 “임 씨의 이전 국제대회 스캔들 때문에 그를 결선 진출자 명단에서 뺀 위원도 있었다”고 심사위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임 씨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선 심사 결과에 불만을 품고 수상을 거부했고, 쇼팽 콩쿠르에서도 심사 결과에 불만을 표시한 뒤 한동안 국제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등수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고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도요타자동차가 후원한 이번 대회의 바이올린 부문에선 일본인 가미오 마유코 씨가 우승했다. 한국인 윤소영(23·여), 신현수(20·여) 씨는 이 부문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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