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 대중음악계의 아이콘인 아무로 나미에(사진)는 갈수록 고혹적이다. 핫팬츠 차림에 미끈한 몸매를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경찰관 옷을 입고 채찍을 들었다. 만 29세. 20대를 마감하며 발표한 7집 ‘플레이’는 그 섹시함 하나만으로 “나 여전히 건재해”를 외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잃었던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살벌한 앨범이다. 데뷔 2년 만에 음반 판매량 1000만 장을 넘겼지만 1997년 댄스그룹 ‘TRF’의 댄서 샘과의 결혼, 그리고 5년 만의 이혼 소식은 그녀를 정상에서 끌어내렸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는 과거 유로 댄스에서 힙합으로 음악 노선을 바꾸며 재기를 노렸고 바로 지금, 정점에 다다랐다. 1일자 오리콘 앨범차트 맨 꼭대기에 그녀의 앨범 ‘플레이’가 오른 것. 첫 주에 25만 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2000년 3집 이후 무려 7년 6개월 만에 앨범 차트 정상을 되찾았다.
‘인기 회복’보다 의미가 더 깊은 것은 7년간 그녀가 추구해 왔던 아무로 표 힙합이 비로소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보디 필스 엑시트’나 ‘트라이 미’ 같은 초창기 발랄함을 동경하는 팬들에겐 ‘변절’로 보일 수 있지만 차트 성적에 초연한 듯한 힙합곡들을 발표하면서 그녀는 궁극적으로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고자 했다.
2003년 발표한 5집 ‘스타일’부터 6집 ‘퀸 오브 힙합’을 거쳐 7집 ‘플레이’로 완성된 그녀의 힙합 화두는 바로 리듬. 그웬 스테파니를 연상케 하는 앨범 첫머리 곡 ‘하이드 앤드 시크’나 거친 숨소리가 인상적인 ‘풀 문’ 등 ‘쫄깃한’ 곡들을 앨범 전반에 포진시켰다. ‘강-약-중강’ 식의 앨범 구성으로 후반부에는 오리콘 싱글차트 3위에 오른 미디엄 템포 발라드곡 ‘베이비 돈트 크라이’나 ‘슈드 아이 러브 힘’ 등 귀에 착착 감기는 곡들이 배치돼 있다.
앨범 마지막 곡 ‘핑크 키’에 다다를 때쯤 궁금해진다, 서른 이후 그녀의 행보가. 더 섹시한 힙합음악에 빠져들지, 아니면 갑자기 기타를 들고 나와 헤드뱅잉을 하는 건 아닌지. 좀처럼 ‘데뷔 15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아무로 아줌마, 이 ‘미시’의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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