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속세에서 잘사는 길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초여름의 햇살이 넉넉하게 느껴지던 유월 초, 지리산에 다녀왔다. 끝없이 펼쳐진 지리산의 아름다운 능선들을 보면서 산이 바다와 같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 넓은 바다, 지리산에서 만난 작은 토굴, 연암(蓮庵). 그곳은 이름 그대로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연꽃 모양의 섬처럼 느껴졌다. 그곳에 홀로 사는 수행자는 요즘 찔레꽃 향기, 칡 향기가 대단하다고 일러주었다.

비록 세 평의 작은 오두막집이지만 어느 제왕 부럽지 않게 세상의 주인처럼 사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삶에서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스님의 대답은 명료했다. “자신에게 닥친 현재의 상황을 즐기는 거예요. 그러려면 항상 자기를 관조해야 합니다. 자신을 수시로 비춰 보는 일에 깨어 있지 않으면 삶에서 주인노릇을 할 수 없죠.”

다른 사람에 대해선 분명히 깨어 있으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어두운 게 보통 사람들 아닌가. 스님은 덧붙여 세속에서 잘 사는 방법을 이렇게 들려주었다. “자기 자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지녀야 합니다.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밝은 것만 좋아하고 어두운 것은 싫어합니다. 두 가지를 지닌 자신을 사랑해서 사랑이 넘쳐나야 가족도 타인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다 원수죠.”

스님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린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빛을 향하는 것처럼 생각과 말 모두 긍정적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과 남에게 긍정적이어야 해요. 말을 해도 남을 칭찬해 주는 말을 해야 합니다. 발전하는 사람은 남의 좋은 점을 칭찬해 주면서 성장합니다. 작은 것 같아도 말로 짓는 복이 중요해요. 그리고 마지막, 어떤 경우에도 삶에서 최악의 경우를 설정해 놓고 살면 현재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

불상을 모셔둔 조그만 방 하나, 마당으로 향한 쪽마루, 취사도구 하나 없이 솥 하나 덜렁 걸려 있는 부엌이 전부인 토굴에서 홀로 사는 주인은 진정 행복해 보였다.

그의 무구한 웃음과 가벼운 발걸음에서 그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박원자 월간 해인 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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