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무안‘뻘낙지 촌 구로나루’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전남 무안군은 양파와 ‘뻘 낙지’로 유명하다.

낮은 구릉이 많은 이 지역의 도로 곳곳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양파가 쌓여 있다. 이곳 낙지는 모래가 아닌 갯벌에서 자라 살이 부드럽고 다리가 긴 것으로 유명하다. 영암 일대가 영산강종합개발사업으로 물길이 막히면서 세발낙지의 명소가 됐다.

무안군 청계면 구로리의 ‘뻘낙지 촌 구로나루’(061-452-5531). 식당이라기보다는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예쁜 건물과 잔디밭, 나무들이 약 6600m2(2000여 평)에 어우러져 있다. 원초적인 생명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30여 년 전 도시를 떠나 이 지역에 둥지를 튼 정용복(58) 김광희(55·화가) 씨 부부의 삶이 담긴 곳이다.

○ 주인장의 말

∇정용복=구로리의 유래가 재미있습니다. 아홉 구(九)에 늙을 로(老). 90세 이상의 노인들이 매년 9명 이상 있는 장수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특산물인 양파랑 갯벌의 낙지 덕분 아니겠습니까. 갯벌이 참 신기합니다. 그렇게 낙지를 잡아도 철마다 다시 나온다니까요. 낙지 잡아 그 돈으로 자식들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 보냈으니까.

낮에 물이 빠지면 삽을 이용해 낙지를 잡고 밤에 물이 들어오면 ‘주낙’을 씁니다. 굵은 줄에 같은 간격으로 아릿줄 200여 개를 매달죠. 그 끝에 타일을 달고 다시 미끼로 서렁게(칠게)를 묶죠. 5∼6m 되는 작은 배가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낚지를 잡습니다.

∇김광희=다리가 가는 세발낙지는 6월 중순경 신안군에서 먼저 잡히고, 무안에는 7월 중순부터 나타납니다.

낙지 초무침은 낙지가 제일 중요하죠. 낙지 맛은 ‘뻘 맛’입니다. 모래가 거의 없는 무안 뻘에서 잡힌 낙지를 전국 최고로 칩니다. 살이 부드럽고 차지죠. 중간 크기 이상은 맛이 퍽퍽하다는데 여기 낙지들은 여전히 부드럽습니다.

초무침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재래식 방법으로 담근 식초입니다. 막걸리를 만들 때 쓰는 것인데 유산균 덩어리나 마찬가지죠. 독성이 없고 사람 몸에 좋아요. 식초와 고추장을 5 대 5 비율로 섞은 뒤 물엿, 마늘, 깨를 넣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썬 낙지에 미나리, 양파, 풋고추, 오이를 넣고 양념에 조물조물 버무립니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낙지가 입에 착착 감기네요. 양념의 신맛과 매운맛도 적당하게 어우러집니다.

∇정=원래 낙지 몇 마리면 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고 하지 않습니까. 몸에 좋은 낙지에 초무침이면 여름 더위는 걱정 없습니다.

∇식=낙지 직접 잡아 보셨어요?

∇정=우리 집에서 쓰는 것은 ‘선수’들이 매일 갖다 줍니다. 낙지 아무나 못 잡아요. 이쪽에서 30년 살았지만 갯벌을 몇 길 파도 몇 마리 잡을까 말까 해요.

∇식=낙지 메뉴가 정말 많네요.

∇김=갈낙탕과 연포탕은 기본이죠. 낙지를 뜨거운 물에 살짝 담근 뒤 먹는 샤부샤부도 있고, 낙지를 산 채로 탕탕 썰어 기름장에 나오는 낙지탕탕…. 낙지 요리로만 한 상을 차릴 수 있습니다.

▽식=낙지 알과 먹통이 고소합니다.

▽김=낙지 먹을 줄 아는 분들은 꼭 찾는 별미죠. 철이 되지 않아 세발낙지 맛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식=주변 조경이나 벽면을 장식한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평소 손님이 많아 갑자기 대접할 일이 많았습니다. 주변에서 차라리 식당 간판을 거는 게 낫겠다고 해서 3년 전 장사를 시작했죠. 식당을 하면 밥이야 굶지 않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그림 그릴 시간이 없네요.

낙지 초무침은 작은 것은 3만 원, 중간 크기는 4만 원.

무안=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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