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후식(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여러 가지 후식 가운데 초콜릿의 약진이 눈부시다. 초콜릿의 주 원료인 카카오의 함량을 높인 제품이 잇달아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유명 초콜릿 장인(匠人)인 쓰치야 고지(土屋公二·47) 씨가 방한했다. 지난달 하순 서울 롯데호텔에서 초콜릿 교실을 열고 자신이 만든 다양한 초콜릿을 선보였다. 그는 22세 때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미슐랭 스리스타 레스토랑에서 초콜릿과 디저트를 맡았다. 1999년엔 일본에서 ‘뮤제 뒤 쇼콜라 테오브로마’라는 초콜릿 전문 카페를 열었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퍼뜨린 그는 일본에선 ‘초콜릿 전도사’로 통한다. 영화 ‘철도원’의 주연 배우인 히로스에 료코를 비롯해 많은 유명인사들이 그의 팬이다.》
○ 카카오 함량 낮을 수록 단맛
쓰치야 씨는 초콜릿이 몸에 좋다는 말도, 초콜릿을 많이 먹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초콜릿을 정성스럽게 만들면서 초콜릿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를 원했다.
“포도주를 음미하듯 초콜릿의 맛을 세심하게 느껴보면 쓴맛과 단맛, 신맛, 떫은 맛, 과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맛과 함께 입에서 녹는 속도, 카카오 가루의 입자 크기 등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초콜릿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카카오 함량에 따른 맛 차이는 어떨까. 카카오 함량이 80%, 70%, 60%, 40%인 초콜릿을 주고 초콜릿 교실 참가자들에게 시식하도록 했다. 함량이 낮을수록 당분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이 70%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초콜릿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습니다.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을 때 서랍에서 꺼내 한 개씩 먹어도 맛있습니다.”
쓰치야 씨는 오후 10시쯤 바질 초콜릿 한 개를 녹여 먹으면서 하루를 정리한다고 했다. 포도주의 원산지를 알아맞히는 소믈리에처럼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음, 베네수엘라산이군”이라고 말하면서 먹는 방법도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 녹였다가 굳히는 기술이 관건
초콜릿은 작은 럭비공처럼 생긴 카카오의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이 주원료다. 씨앗을 꺼내 발효시킨 뒤 말린 것이 카카오 콩이고, 이를 갈아서 만들 것이 카카오 페이스트. 여기에 설탕과 바닐라 등을 첨가해 제과용 초콜릿을 만든다.
카카오는 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유명한 쇼콜라티에(초콜릿 장인)들은 산지를 구별해 가며 초콜릿 원료를 고른다.
제과용 초콜릿을 녹여 풍미를 더하고 모양을 내면 자신만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
초콜릿 특유의 광택과 부드러운 질감을 얻기 위해서는 제과용 초콜릿을 녹였다가 굳히는 기술이 중요한데 이를 ‘템퍼링’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은 제과용 초콜릿 속에 들어 있는 카카오 버터를 안정화하는 작업이다. 대개 중탕을 이용해 섭씨 40도에서 녹인 뒤 27도까지 식혔다가 다시 32도 정도로 높여서 걸쭉해진 초콜릿으로 여러 가지 모양과 맛을 낸다.
쓰치야 씨는 이를 “제대로 된 초콜릿 결정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초콜릿을 만들다보면 5가지 정도의 결정 형태가 나오는데 이중 제대로 된 것은 한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이를 현미경으로 보면 성게 모양을 한 입자들이 아주 촘촘하게 결합돼 있다는 것.
템퍼링이 잘못되면 표면에 얼룩무늬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식혀서 굳힌 초콜릿에서 광택이 나지 않고 부드러움과 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템퍼링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 집에서 간단히 즐기는 초콜릿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초콜릿 요리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먼저 나온 것은 [1] ‘쇼콜라 오레’라는 초콜릿 음료였다. 재료는 제과용 밀크 초콜릿(카카오 41%) 60g, 제과용 다크 초콜릿(카카오 70%) 60g, 우유 400g, 생크림 40g.
냄비에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중불로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거품이 일도록 재빨리 섞는다. 여기에 잘라둔 2종의 초콜릿을 넣고 저어주면서 초콜릿을 녹인다. 걸쭉해질 때까지 녹이다가 끓기 직전에 불을 끈다. 알갱이를 없애기 위해 체에 거르고 그릇으로 옮긴다. 그릇 바닥에 얼음물이 닿게 해 저으면서 식힌다. 식으면 얼음을 넣은 컵에 담아낸다.
찍어 먹는 재미가 있는 [2] ‘초콜릿 퐁듀’는 간편하게 이국적인 분위기와 맛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제과용 다크 초콜릿 적당량을 잘게 썰어 중탕으로 녹인 뒤 딸기나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오렌지 등의 과일을 먹기 쉬운 크기로 잘라 찍어 먹으면 된다.
견과류와 마른 과일을 초콜릿에 얹어서 만드는 [3] ‘만디앙’도 비교적 만들기 쉽다. 다크 초콜릿(카카오 함량 65%) 적당량과 호두, 건포도, 피스타치오, 무화과 등 얹어 먹을 과일을 준비한다. 평평한 쟁반과 유산지를 준비해 그 위에 템퍼링한 초콜릿을 둥글게 짠다. 쟁반을 가볍게 바닥에 두드려 초콜릿이 지름 5cm 정도의 원반 모양으로 퍼지도록 만든다. 그 위에 호도와 건포도, 말린 과일을 올린다. 말린 과일은 떨어지기 쉬우므로 꼭 눌러준다. 실온(섭씨 18도)에서 1시간 정도 두어 굳히면 완성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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