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송찬호/‘문(門) 앞에서’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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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를 꼿꼿이 치켜든 독 오른 뱀 앞에

개구리 홀로 얼어붙은 듯 가부좌를 틀고 있다

비늘 돋친 이 독한 세상마저 잊어버리려는 듯

투명한 눈을 반쯤 내려감은 채

마른 번개 널름거리는 캄캄한 아가리 속

꿈틀거리는 욕망이여, 온몸 징그러운 무늬의 삶이여

예서 길이 끝나는구나 벼랑 끝에 서고 보니

길 없는 깊은 세상이 더 가까워 보이는구나

마지막 한 걸음, 뒤에서 등을 밀어

그래, 가자 가자

신 한 켤레 놓여 있는 물가

멀리 깁고 기운 물갈퀴 하나

또 한세상 힘겹게 건너고 있다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민음사) 중에서》

누가 저 뱀 아가리를 피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쉬워 보이는 삶일지라도 날마다 발목을 삼킬 그 날치 늪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다. 뱀 아가리를 피할 수 있는 자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꽃피는 피안은 영원히 불가능한가. 독 오른 뱀 앞에 가부좌를 튼 개구리가 선사처럼 외친다. ‘춤추며 뱀 아가리를 지나라!’ 독니 같은 네 두려움과 맞서 달아나지 않는다면 벽이 곧 문이며, 벼랑이 곧 길이라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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