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특집]풍토병 위험지역 가려면 예방접종을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행지를 예약하고 숙소를 잡는 일에 관심을 쏟지만 정말 대비해야 할 것은 건강이다. 예방주사를 맞지 않고 풍토병 위험지역을 여행하면서 건강의 위험신호가 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외여행을 할 때 알아두면 좋은 건강정보를 짚어 본다.

○ 동남아-말라리아,아프리카남미-황열주의

가깝고 싸다는 장점 덕분에 동남아 여행이 인기지만 동남아에서도 오지로 여행하는 경우 풍토병을 조심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세계 102개국에서 매년 1억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치사율이 2∼10%로 높은 편이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비슷해 열, 오한, 두통, 근육통, 설사, 기침 등이 나타난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은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열대 아프리카, 솔로몬 제도, 파푸아뉴기니, 중남미도 마찬가지.

이런 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는 경우 말라리아가 유행하고 있는 시기인지 확인하고 가급적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는 게 좋다. 예방약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말라론’, 로슈의 ‘라리암’ 등이 있으며 여행을 떠나기 1일∼1주일 전부터 여행 다녀온 뒤 1∼3주일까지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A형 간염도 주의해야 한다. 동남아, 중국, 인도, 구소련 지역에 퍼져 있으며 간염 바이러스가 섞인 배설물에 오염된 음료수나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 걸리면 발열, 식욕감소, 구토, 구역질,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다.

어릴 때 흙에서 놀던 중장년층은 자연스럽게 A형 간염을 앓아 항체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지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10, 20대는 예방주사를 통해 항체를 생성하는 게 좋다.

만일 예방접종을 못했다면 식사 전에는 꼭 손을 씻고 물을 끓여서 마시고 손 소독 세정제를 수시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동남아와 파라과이, 브라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북부 등 중남미 지역에 유행하는 뎅기열도 있다. 모기가 옮기는 병으로 고열, 구토, 설사, 피부발진이 대표 증상이다. 재발하면 치사율이 높다. 아직까지 예방약이 없기 때문에 이들 지역을 여행할 때는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긴 소매와 긴 바지 차림이 좋다.

중부 아프리카, 열대 남미 지역에서 유행하는 황열(黃熱)은 예방주사를 한 번 맞으면 10년간은 예방이 되므로 해당 지역을 갈 경우 접종해야 한다. 공항 검역소에서 접종할 수 있다.

○ 식중독,눈병도대비해야

건강한 사람도 여행 중 종종 설사를 한다. 하루 3∼5회 설사를 하더라도 3, 4일 계속되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노약자는 복통, 심한 설사로 위험해질 수 있다.

위 절제술을 받아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예방약을 먹는 게 좋다. 또 여행 전 해열제, 지사제 등 상비약을 챙겨 가야 한다. 익히지 않은 생선은 피하고 물과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햇빛이 강한 곳에 가는 경우 눈 질환 예방을 위해 선글라스가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각막의 상피세포가 손상돼 염증이 생기는 광 각막염이나 백내장에 걸릴 수 있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는 색상보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현지인과의 성 접촉은 피하는 게 좋다. 에이즈, 매독 등에 걸리기 쉽다.

○ 말라리아 잠복기 2년 이상

조심을 했는데도 여행 중이나 여행 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머리를 숙여 턱을 가슴 안쪽으로 붙이지 못하면서 심한 두통과 고열이 나면 뇌막염일 가능성이 있다. 기침이 심하고 38도가 넘는 열이 이틀 이상 계속되면서 누런 가래가 나오면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증상 없이 머리만 아프거나 치통이 심하면 일단 타이레놀을 2알 복용하고 4시간이 지나도 증세가 계속되면 한 번 더 타이레놀을 먹는다.

귀국 후 발열, 설사, 구토, 황달이 생겨 의사를 찾았을 경우 반드시 최근 어디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 현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 여행지에서 감염된 바이러스나 세균은 귀국 6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말라리아의 잠복기는 통상 6개월∼1년이며 2년이 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여행 직후 괜찮다는 생각에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도움말=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형식 국립 의료원 내과 감염병센터장)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비행기 장시간 탑승 땐…

휴가철에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많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기압의 변화를 느끼며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게 되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진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다리부종이 대표적인 증상. 낮은 기압에서 불편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심장과 연결된 심부정맥에서 혈액순환이 잘 안돼 피 속에 혈전이 생기고 혈관을 막아 종아리와 발이 붓게 된다.

이런 증세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자리에서 자주 일어나 기내 복도를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앉은 자리에서는 자주 발과 무릎을 주무르거나 발등을 위로 젖혔다 펴고 발목을 돌리는 것이 좋다. 꽉 조이는 옷은 금물이다.

비행기 이착륙과 고도 변경 때 귀가 먹먹하고 때론 고막이 찢어질 듯 아픈 증상이 생긴다. 이럴 때는 코를 손으로 막고 입을 다물었다가 코로 숨을 내쉬어 고막이 밖으로 밀리게 하면 좋다. 껌을 씹거나 물을 마시고 코를 막은 채 침을 여러 번 삼키거나 하품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평소 이런 증상이 잦으면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전영명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감기에 걸렸거나 중이염 수술을 한 환자는 될 수 있으면 비행기 탑승을 피하고, 불가피한 경우 의사와 상담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차를 극복하려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어두컴컴할때 뇌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이 나와 잠에 빠지게 된다. 밤에 졸리고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는 게 이 호르몬 덕분이다.

따라서 여행지의 아침이나 낮에는 의도적으로 햇빛이 환한 곳을 2∼3시간 돌아다니도록 한다. 특히 동쪽으로 여행하면 몸이 피로를 더 느끼게 되므로 시차적응에 노력해야 한다.

술, 커피, 홍차로 잠을 조절하려는 것은 좋지 않다. 수면제도 짧은 기간 약을 처방받아 먹는 게 좋으며 절대로 술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이기문 라 끄리닉 드 파리 청담점 원장은 “물을 많이 마시면 몸속 피로물질을 배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평소에는 물론이고 시차를 극복하는 데도 물이 좋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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