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 우즈베키스탄에서 거주하는 작가 7명의 작품 120여 점을 선보인다. 강제 이주 1세대인 신순남(신니콜라이·2006년 작고) 씨와 큰며느리인 신이스크라(56), 손녀 신스베틀라나(33) 씨를 비롯해 안일(안블라디미르·78), 김블라디미르(51), 또 다른 김블라디미르(43), 박니콜라이(52) 씨가 참가한다.
참여 작가의 연령층이 다양해 역사적 체험이 다른 작가들의 내면을 비교할 수 있다. 2, 3세대 작가들의 작품은 1세대 작가(신순남 안일)들에 비해 햇빛이 강한 현지의 영향을 받아 강렬한 붓 터치로 자연을 밝고 화사하게 표현하고 있다. 반면 강제 이주의 고통을 직접 겪었던 1세대 작가의 작품은 비극적이고 처연한 정조를 지니고 있다.
안 씨의 ‘고려인의 하늘’은 땅을 잃어버린 이들의 비애를 격정적으로 담은 데 비해 신스베틀라나 씨의 ‘할머니의 장미’는 꽃이나 나무 풍경을 원색의 색점을 통해 장식적으로 표현했다. 박니콜라이 씨의 ‘봄의 멜로디’도 풍경과 음악적 요소를 모티브로 한 판화 기법의 비구상화로 우연의 효과를 리듬감 있게 표현했다.
전시에는 이주의 고통을 이겨 내고 새로운 고향을 건설하는 고려인의 영광을 밝게 그린 신순남 씨의 대작 ‘승리’(120×2200cm)도 공개된다. 22점 연작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2005년 작품으로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고려인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02-735-4032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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