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문화예술위 회의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더는 위원장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몇 달간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을 둘러싸고 위원회 운영이 원활치 못했던 부분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위원회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2008년 8월 말까지. 그러나 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위원장이 사퇴함으로써 제1기 문화예술위는 기로에 서게 됐다. 이 위원회는 2005년 정부 주도의 옛 문예진흥원에서 민간위원 11명이 합의제로 운영하는 반관반민 기구로 새롭게 탄생했다. 그러나 각 예술 장르의 전문성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위원 중 일부는 출범 후 자기 분야만 챙기는 ‘나눠 먹기식 담합’과 ‘생색 내기용 예산편성’ 등의 행태를 보여 잡음이 불거져 왔다.
문화예술위는 연간 1000여억 원의 예산을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자금 분배 역할을 맡고 있다. 재원은 로또복권 문화예술기금(480억원)과 총 4500억 원의 문예진흥기금 적립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조달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진보단체에 대한 미술계의 편파 지원 문제가 제기되는 등 문예진흥기금을 놓고 정파적인 다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김정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을 갈아 치운다고 한계가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원회 구조의 시스템을 바꿔야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은 4월 초부터 시작된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을 둘러싼 위원 간의 갈등 때문.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악계를 대표하는 한명희 위원은 5월 17일 법원에 ‘원월드뮤직페스티벌 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위원이 위원장을 상대로 낸 이례적인 소송이었다. 위원회는 이후 회의를 열어 페스티벌의 ‘보완 후 재추진’을 의결해 놓고도 몇몇 위원이 이에 불복해 석 달이 넘도록 지리멸렬한 공방을 계속해 왔다. 결국 김 위원장은 “심신이 지쳤다”며 사퇴했다.
심재찬 사무처장은 “위원장이 사퇴했으므로 사무처장도 사퇴할 것”이라며 “그러나 새로운 위원장이 선출될 때까지 당분간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위 노조(위원장 이한신)는 최근 성명에서 “위원회가 출범 2년이 지나도록 정책적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장르 이기주의에 매몰돼 지엽적 사안에 매달리고 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를 벌여온 1기 위원회는 전원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후임 문화예술위원장은 공모 절차와 2∼5배수 선발 절차를 거쳐 8월 말 문화관광부 장관이 임명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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