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금맥 ‘古典’, 이젠 돈걱정 안하고 번역에만 전념 기뻐”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우리 가슴에 우리 고전을.’

1965년 설립됐으나 고전에 대한 무관심과 재정난으로 1980년대 초반 고사 위기에 처했던 민족문화추진회(민추)의 슬로건이다. 이 문구를 만들었던 신승운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당시 민추 국역부장)는 “사명감을 갖고 고전 번역에 매달렸으나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많은 인재가 민추를 떠났다”고 회고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한국고전번역원 법안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추를 해체하고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전문기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이 나오기까지 공신으로 손꼽히는 신 교수는 “프로젝트별 보조금을 받던 데서 안정된 예산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번역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1975∼1995년 민추에서 편찬부장 등을 거쳤으며 1985년에는 이번 법안의 모태가 된 ‘고전국역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수확이다. 고전 번역은 논문보다 고된데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학계에서 3D 직종으로 꼽힌다. 신 교수는 “고전 번역은 단순히 한문을 한글로 옮기는 게 아니라 해제나 색인 등 번역 전(前) 작업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고전 번역 인력은 대학연구소 등을 포함해 50여 명으로 1년에 번역할 수 있는 책은 50여 권에 불과하다. 1894년 갑오개혁 이전 한문으로 기록된 우리 고전은 4600여 권으로 추산되며 이 중 600여 권이 번역됐고 4000여 권이 남아 있다.

신 교수는 “콘텐츠가 경쟁력이라며 여기저기 투자하지만 정작 고전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왕의 남자’의 공길이 조선왕조실록에서 나온 것처럼 고전이야말로 콘텐츠의 보고”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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