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올해 52세의 브루스 윌리스를 다시 투입한 ‘다이하드 4.0’이 300만 이상의 관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17일 개봉하는 이 영화 앞에 개봉 2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한 ‘트랜스포머’가 지키고 있고 바로 다음 주에는 2000년대 시리즈 영화를 대표하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다이하드’ 시리즈의 주인공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 형사가 누구인가.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서 온갖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물러설 줄 모르는 존재가 아니던가. ‘언더월드’ 시리즈로 범상치 않은 영화감각을 선보인 렌 와이즈먼 감독은 그런 매클레인에 대한 철저한 예습 복습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수성을 함께 갖춘 ‘디지로그 액션영화’를 내놨다.
돌아온 매클레인은 미국 전역에 디지털테러를 가해 교통망과 통신망, 전력망을 차례로 무력화시키는 천재 해커 가브리엘(티머시 올리펀트)의 음모에 맞선다. 컴맹인 그는 ‘디지털시대에 멸종해 가는 아날로그 형사’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상처투성이의 몸뚱이 하나와 독한 배짱 그리고 촌철살인의 입심이란 3대 필살기로 디지털 천재를 코너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폭파시키는 디지털테러의 신기루를 그려낸다. 그러나 환갑을 앞둔 매클레인은 좌우 및 하늘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3대의 자동차의 빈틈 사이에 숨고 하늘에 떠 있는 헬기를 실제 자동차로 충돌시켜 박살내는 아날로그 액션의 진수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촌스러운 1970년대 록 음악이나 듣고 천하없어도 뉴스를 챙겨 듣는 ‘꼰대’로, 가족보다 일을 중시하다 좌절한 가장이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불의와는 타협할 줄 모르는 매클레인, 그 소시민적 영웅에 대한 오마주(경의)가 가득하다.
그 점에서 4.0은 1편엔 못 미쳐도 2, 3편을 능가하는 ‘포스’를 지닌다. 1∼3편 모두 그해 한국 영화흥행순위 1, 2위를 다퉜던 ‘다이하드’의 흥행 신화가 계속될지는 결국 아날로그 노병의 ‘포스’에 대해 디지털세대가 과연 얼마만큼 경의를 표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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