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내 인생에 내기…’ 인기몰이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KBS2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출연진. 왼쪽부터 김형사 역의 김원효, 의뢰인 역 이강섭, 범인 역 곽한구. 전영한 기자
KBS2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출연진. 왼쪽부터 김형사 역의 김원효, 의뢰인 역 이강섭, 범인 역 곽한구. 전영한 기자
“야, 너 요구조건이 뭐야, 어?”(김 형사) “험한 꼴 보기 싫으시면 밀린 월급을 주세요.”(범인) “뭐? 밀린 월급 받고 싶으면 험한 꼴을 보여 줘!”(김 형사)

돈을 달라는 협박범의 요구에 형사는 되레 엉뚱하고 뻔뻔하다. “오늘 자수 하겠다”는 범인에게 “오늘은 회식이니 내일 자수하라”고 다그치고 “내 목숨이 달려 있다”는 의뢰인의 절규도 “그건 네 목숨”이라며 무시한다. 범인은 어처구니가 없고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의뢰인은 분개한다.

KBS2 ‘개그 콘서트’(매주 일요일 오후 8시 55분)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의 한 장면. 경찰과 범인 간의 황당한 통화 상황을 보여 주며 요즘 인기 코너로 떠오르고 있다.

형사 역의 김원효(26), 의뢰인 역의 이강섭(27), 범인 역의 곽한구(25)를 KBS 공개홀 녹화 현장에서 만났다.

“우연히 영화 ‘그놈 목소리’를 보게 됐어요. 유괴범이 협박 전화를 걸자 경찰과 가족이 어쩔 줄 모르는데 그걸 보는 내내 유괴범이 잔인하게 느껴졌어요. 혹시 이 관계를 뒤바꾸면 재밌지 않을까. 개그를 통해 유괴범을 골탕 먹이고 싶은 생각이 있었죠.”(김)

“얼마 전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경찰이 절 피의자로 보는 거예요. 제가 좀 험악하게 생겼어도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 왔는데…. 물론 경찰 중엔 열심히 하는 분도 계시죠. 하지만 저처럼 억울하고 황당한 경우를 겪은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곽)

이 코너는 방영한 지 한 달 만에 이기적이고 엉뚱한 형사와 매번 당하기만 하는 범인의 모습을 그리며 개그콘서트의 대표 코너로 자리 잡았다.

시청자들은 “범인 체포보다 범인과의 뒷거래에 골몰하는 형사의 모습이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에서 보여 준 경찰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말장난만 늘어놓는 형사를 보며 답답해진 의뢰인이 “당신,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이잖아”라고 항의하니까 형사는 “나 밥 먹고 사는데? 세금 먹고 어떻게 사니?”라고 되받아친다. 우스꽝스러우면서 씁쓸한 현실을 풍자한 대목이다. 정작 이러한 반응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아는 형사 분은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마 경찰과 범인을 떠나서 누구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휘말린 적이 있을 거예요. 이런 형사도 이런 피해자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범죄사건 자체가 사라져야겠죠. 저희는 그저 잠깐이라도 우리 프로를 보며 시청자들이 통쾌해지길 바랄 뿐입니다.”(이)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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