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가톨릭 교회가 유일한 교회” 개신교 항의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0일 가톨릭교회를 유일한 ‘그리스도의 교회’로 규정한 교서를 교황청 신앙교리부를 통해 냈다. 개신교, 정교, 성공회 등 그리스도교 비(非)가톨릭 종파들은 교회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갖추지 못해 ‘교회’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는 게 요지다.

비가톨릭 종파들은 즉각 교황청에 항의하고 나서 그리스도교 내 종파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베네딕토 16세는 그 전에도 이슬람교, 유대교 등 기독교 이외의 종교들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교황의 이번 교서는 “예수님은 지상에 단 하나의 교회만 세웠다”고 주장했다. 또 정교회에 대해 “로마 교황의 권리를 으뜸으로 하는 지상권(至上權)을 인정하지 않은 뒤로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하고 “개신교의 상처는 이보다 훨씬 깊다”고 덧붙였다.

교서는 또 성공회, 개신교 등을 겨냥해선 “교회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에서 볼 때 교회라기보다는 ‘종교공동체’다”면서 “그런데도 ‘교회’라는 명칭을 붙인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이날 교서는 베네딕토 16세가 신앙교리부 장관으로 있을 때 작성했던 문서와 내용이 비슷하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교황청은 “당시 문서가 나왔는데도 가톨릭 신학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번 교서를 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세계개혁교회연맹은 교황청에 서한을 보내 “우리가 진정으로 기독교의 단합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독일복음주의교회의 볼프강 후버 주교는 “이 교서는 개신교를 폄훼하고 종파 간 화합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성공회의 데이비드 필립스 주교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티칸이 권력욕 때문에 기독교를 분열시켰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꼬집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이상화 목사는 “보수적인 교황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면서 “관용이 아니라 독선적인 종교관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창진(천주교 수원교구 사회국장) 신부는 “최근 교황청과 성공회 간에 일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교황이 그런 교서를 내 찬물을 끼얹은 게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국내 천주교와 개신교 간의 관계 개선 노력에 영향이 미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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