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29>安分耐勞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7분


사람은 출세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출세하지 못하면 자식이 출세하기를 바란다. 이런 욕망으로 인해 삶이 흔들리고 사회의 혼란이 시작된다. 출세의 길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출세를 해야만 삶이 행복하다면 사회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행복한 사람은 이렇게 적어야 하나? 하늘은 이렇게 세상을 만들지 않았다. 인간의 허욕이 행복한 사람의 수를 적게 했을 뿐이다. 이 적은 수 안에 들기 위해 사람은 너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한다. 가정의 행복을 유예하며 현재의 삶을 미래에 종속시킨다. 행복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다. 손 뻗으면 닿을 곳,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 이것이 賢者의 주장이다. 인류의 賢者는 어디에 근거해 이렇게 주장했을까?

安分耐勞(안분내로)라는 말이 있다. 安은 편안하게 여기다라는 뜻이다. 分은 분수, 몫이라는 뜻이다. 安分은 자신의 몫을 편안하게 여기다라는 말이 된다. 耐는 견디다, 참다는 뜻이다. 忍耐는 참고 견디다라는 말이고 耐性(내성)은 견디는 성질이라는 말이다. 勞는 일하다, 노력하다라는 뜻이다. 勞動(노동)은 일하며 움직이다라는 말이고 勤勞(근로)는 부지런히 일하다라는 말이다. 勤은 부지런하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安分耐勞는 분수를 편안하게 여기며, 참고 노력하다라는 말이 된다. 여기에서의 분수는 자기의 분수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조건을 편안하게 여기며 열심히 노력하다라는 말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은 불만이 없고, 불만이 없으면 그만큼 행복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삶은 즐겁다. 安分耐勞는 행복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이다. 행복은 손 뻗으면 닿을 만큼 그렇게 가까이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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