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작은 실수 하나가 큰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사소하지만 그런 잘못이 쌓이면 종국에는 큰일을 포기해야 한다. 선현들은 그래서 항상 작은 일을 조심하라고 했다.
千里之堤 潰于蟻穴(천리지제 궤우의혈)이라는 말이 있다. 堤는 방죽이라는 뜻이다. 千里之堤는 한 쪽의 길이가 천리나 되는 큰 방죽이라는 말이 된다. 潰는 무너지다라는 뜻이다. 貴는 갑골문에서는 무엇인가를 들어내다라는 뜻이다. 이것이 水(수)와 만났으므로 물로 들어내다를 의미하게 된다. 방죽이 무너지거나 강둑이 무너지면 물은 사면을 덮쳐 흘러서 모든 마을을 쓸어버린다. 이런 것을 고대의 중국인은 물로 모든 것을 들어내는 현상으로 보았다.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한자가 潰이다. 潰滅은 무너뜨려 없애버리다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귀,위)(귀)는 눈을 들어낸 것을 나타내므로 소경이라는 말이 되고 외(외)는 귀를 들어낸 것을 나타내므로 귀머거리, 즉 농아라는 뜻을 갖는다. 于는 …에서와 같이 처소나 공간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여기에서는 …로, …로부터라는 원인을 나타낸다. 蟻는 개미라는 뜻이고 穴은 구멍, 굴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千里之堤 潰于蟻穴은 천리나 되는 큰 방죽도 개미굴로 무너진다는 말이 된다. 개미굴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곳으로 물이 새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방죽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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