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질문은 생각의 지름길 찾는 내비게이션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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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이다. 낯선 동네를 방문할 때, 가는 길은 오는 길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법.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아는 사람은 능숙하게 길을 찾는다. 질문은 마음속 생각의 길을 트는 내비게이션이다.

질문은 학습 능력도 단번에 보여 준다.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는 학생의 질문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가장 좋은 시험공부는? 출제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답변보다 더 많은 정신 근육을 필요로 한다.

맑은 우물물이 앞에 있어도 두레박이 없다면 물을 마실 수 없다. 이 책에는 생각의 두레박을 만드는 제조법이 가득하다. 사이토 다카시(齋藤隆) 일본 메이지대 교수를 따라, 소통하면서 깊어지는 ‘본질 질문법’을 배워 보자.

우선 ‘말 잘하는 것’과 ‘질문 잘하는 것’을 구별하자.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라도 혼자서만 반복하면 인간 MP3플레이어가 될 뿐이다. MP3플레이어는 라이브를 할 수 없는 법. 유창한 발표 능력도 결국은 질문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 저자는 ‘구체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사셨나요?” 이런 추상적 질문에 선뜻 대답할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 있게 다룰 수 있는 도구 하나만 말해 주세요.” 이런 질문은 답변자가 인생에서 어디에 열정을 쏟았는지를 알려준다. 테니스 선수라면 ‘라켓’일 테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면 ‘사전’쯤 되지 않을까. 구체적이면서 본질적인 질문은 저수지의 깊은 곳을 손쉽게 드러내어 준다.

이 책에서 좌표축을 이용한 질문 구분법은 너무나 독창적이다. 예를 들어 흥미와 답변을 고려하는 질문들은 이렇다. ‘묻고 싶다/않다’와 ‘대답하고 싶어한다/싫어한다’를 이용하여 4사분면을 나눈다. 나는 묻고 싶지만 상대방이 대답하기 싫다면? 바로 ‘어린이 영역’의 질문이다.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는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질문하니까. 반면 나는 묻고 싶지 않은데 상대방이 대답하고 싶어 할 때도 있다. 바로 ‘어른 영역’ 또는 ‘아부 영역’의 질문이다.

지루한 질문만 던지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고역이다. ‘묻고 싶고 대답하고 싶은’ 질문은 서로의 호감을 높이고 답변자에게도 성찰의 기회를 준다.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논어)나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들이 나눈 대화(대화편)를 살펴보라. 성숙한 질문은 생각의 길을 만들어 철학적 사고를 완성한다.

짧은 대화에서도 궁극적 답변을 얻는 연습이 필요하다. 학생들도 일상에서 사이토 교수가 제안한 ‘질문 게임’을 따라해 보자. 질문이 내면화되면 스스로 생각하는 뉴런도 성장한다. 구술은 바로 그 사고 과정을 탐색할 것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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