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오늘도 시간을 거꾸로 돌립니다…‘시간여행자’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시간여행자/로널드 몰렛, 브루스 헨더슨 지음·이창미 옮김/328쪽·1만2000원·쌤앤파커스

꿈을 꾼다. 시계가 돌아간다. 한두 개가 아니다. 별처럼 수많은 초침이 째깍거린다. 그중에 ‘현재’란 이름으로 허락된 시계는 단 하나. 그러나 인간은 또 다른 시계도 갖기를 원한다.

타임머신.

시간여행은 유사 이래 끊임없이 제기된 화두였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그 욕망을 부채질했다. 물론 대개는 부질없는 상상이나 몽상에 그쳤다. 그러나 한 흑인 꼬마는 달랐다. 목표가 있었다. “다시 한 번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론은 유달리 아버지를 사랑했다. 1940, 50년대 미국은 여전히 흑인에게 패배감만을 안겼지만 아버진 당당했다. 열 살짜리 소년에게 아버진 누구보다 멋지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결혼 11주년이 되던 밤 돌연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는다.

소년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컸다. 삶의 중심을 잃고 방황한다. 어느 날 론에게 찾아든 한 줄기 빛. 우연히 허버트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을 읽게 된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면 아버지를 살릴 수도 있다. 평생의 꿈을 발견한 소년은 공부에 빠져든다.

그 소년이 바로 이 책의 저자 로널드 몰렛 박사다. 그는 코네티컷대의 이론물리학 교수이자 미국물리학회 회원으로 타임머신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주창한 학자다. 물리학계는 물론 과학계 전체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도 있는 시간여행이란 주제를 왜 평생의 연구과제로 삼았는지 털어놓은 자서전이다.

몰렛 박사의 노력은 눈물겹다. 친구도 없이 밥까지 굶어 가며 도서관에서 산다. 없는 살림에 배움을 위해 자원입대도 한다. 인종 차별도 그에겐 장벽이 될 수 없었다. 과거로 여행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한 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저자의 숙원인 시간여행이 가능한가는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옹골차다. 상상력의 실천, 쉬울 리 없다. 우주와 시간을 논하기 위해 쉼 없이 공부하고 연구한다. 절망할 시간도 책 한 줄 더 읽는 데 투자한다.

저자의 삶은 20세기 물리학사(史)와 맞닿아 있다. 폭넓은 연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을 넘나든다. 덕분에 기초물리학과 양자역학, 빅뱅이론까지 접할 수 있다. 물론 꽤나 까다롭다. 그래도 시간여행이란 목표에 맞추어서 한결 숨이 덜 차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과연 꿈은 이뤄질까.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지만 아직 정정하신 어머니가 있다. 여든둘의 노모에게 최근 아들은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열 살 때부터 시간여행을 꿈꿨다고. 그 꿈을 들은 어머니는 답한다. “너는 네 아버지를 쏙 뺐구나.” 둘은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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