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KF-16 전투기를 타고 야간 비행훈련을 하다 추락 사고로 순직한 두 조종사의 영결식이 23일 충남 서산시의 제20전투비행단에서 열렸다. 김은기 공군참모총장과 스티브 우드 주한 미 7공군사령관 등 한미 공군 수뇌부와 장병, 유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영결식은 시종일관 엄숙하고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고 박인철(27·공사 52기) 대위의 동기들은 추모사에서 “그토록 하늘을 사랑하고 지키려 했던 너는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대위의 아버지는 1984년 F-4E를 몰고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릿에 참가했다가 불의의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 박명렬(공사 26기) 소령이기에 박 대위를 보내는 유족과 동료들의 아픔은 더했다.
20여 년 전 남편에 이어 하나뿐인 아들마저 조국의 하늘에 바친 박 대위의 어머니는 복받치는 슬픔을 삼킨 채 영결식을 담담히 지켜 봐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고 이규진(38·공사 40기) 중령의 동기들도 추모사에서 “하늘에 바친 너의 땀과 열정, 그것도 부족했었나 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의 푸른 창공을 사랑했던 네가 남긴 교훈을 잊지 않겠다”며 비통해했다.
이 중령의 아들인 정환(10) 군이 아버지의 영정 앞에 헌화한 뒤 거수경례를 하자 유족들의 흐느낌은 오열로 변했고, 군 관계자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영결식이 끝난 뒤 이 중령과 박 대위의 안장식은 국립대전현충원과 서울현충원에서 각각 치러졌다. 숨진 조종사들의 시신이 아직 사고 해역에서 발견되지 않아 묘지에는 고인들이 비행 전 남겨 둔 머리카락이 대신 묻혔다.
박 대위는 아버지인 박 소령의 묘소 옆에 나란히 묻혔다. 아버지가 못 다 이룬 창공의 꿈을 이루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아들이 아버지 옆에 잠들게 된 것이다.
공군은 순직 조종사들의 시신과 기체를 인양하기 위한 탐색을 계속하고 있으며 공군 홈페이지(www.airforce.mil.kr)와 공군전우회 홈페이지(www.kafi.net)에 사이버 분향소를 마련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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