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로 독자와 유대 형성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그린비’는 사세가 성장하고 있다. 편집자 2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직원은 14명이다. 꾸준한 스테디셀러 덕분에 불황도 비켜갔다. 2003년 2월부터 5만 부 이상 나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 대표적인 케이스. 다음 주 7권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 나오는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도 반응이 좋다.
그린비의 성공은 로열티가 높은 독자층 확보에서 찾을 수 있다. 대중적 지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린비가 내놓은 인문서적은 80여 종.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인문서적=그린비’라는 등식을 인지시켰다.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었다.
유 대표는 “남들은 인문출판이 불황이라고 했지만 ‘선택과 집중’은 오히려 독자적 시장을 개척하는 열쇠”라면서 “10년을 내다보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코의 서재’도 인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출판사다. 2005년 여름 1인 출판사로 시작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인문계열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 최근작 ‘생각의 탄생’도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인문분야 1, 2위를 다툰다.
최근 ‘에코의 서재’는 책 속에 독자 엽서를 넣어 반응을 파악한다. 독자 엽서는 출판업계에선 사라진 아이템이나 예상외로 반응이 뜨겁다. 인문서적 독자라면 아날로그 스타일의 엽서에 대한 향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은 셈이다. 조영희 대표는 “대형출판사보다 판매부수에 민감하지 않아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독자와 이어져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느리지만 묵직한 발걸음
역사 분야에서는 출판사 ‘푸른 역사’와 ‘책과 함께’가 눈에 띈다. ‘푸른 역사’는 1997년 출범 이후 역사 서적만 출간했다.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가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지금도 해마다 1만 부 이상 나간다. 백승종 대표는 “역사학자와 역사를 소비하는 독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책과 함께’의 유종필 대표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남들은 말렸죠. 하지만 인류 역사가 수천 년이니 소재가 얼마나 많습니까. 긴 역사를 담다 보면 시장도 커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발걸음은 느릴지 몰라도 묵직하고 오래 지속될 겁니다.”
교재 위주였던 미술서적 분야에서 교양서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다빈치’ 출판사는 2000년에 시작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미술서 목록을 쌓아 왔다. ‘클림트 황금빛 유혹’은 4만여 부가, ‘팜므파탈’은 3만 부 이상 나갔다. 이가은 팀장은 “기존 출판사와 차별화된 전략이 대중과 멀게만 느껴진 미술서적 분야도 블루오션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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