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이 공연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열혈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지만 미래 관객인 어린이를 겨냥해 선진국처럼 장기적인 차원의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성인 관객을 발굴하라
요즘 점심시간에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가면 직장인을 많이 볼 수 있다.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때운 이들은 낮 12시 10분이 되자 AV시스템을 갖춘 100석 규모의 강의실로 간다. 요일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50분간 열리는 음악이나 뮤지컬 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음악평론가 정준호 씨,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과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가 진행을 맡는다. 배우 출신인 유 단장은 강의 중 ‘살짜기 옵서예’ 등 유명 뮤지컬 넘버를 직접 들려준다. 은행원 김정숙(42) 씨는 “짧은 시간이지만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극장도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 씨 등을 강사로 초청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혁준 씨는 “신생 공연장은 고정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관객 교육 강좌를 열 필요가 있다”며 “수강생들은 대부분 열혈 관객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관 4층 문화사랑방에서도 요즘 ‘여름 인문학 특강’이 한창이다. 동서양의 초상화, 종교와 예술의 내면 읽기 등을 주제로 한 이 강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름강좌는 대부분 이미 마감했고 가을부터 새로 강좌가 시작한다.
예술의 전당 교육사업팀 고희경 팀장은 “예술을 감상하려면 음악과 미술 작품에 담긴 인문학 지식이 전제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학문 간 경계의 골이 너무 깊다. 그래서 성인들을 위해 예술과 인문학을 연계한 교양 강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래 관객 어린이를 잡아라
미래 관객인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술의 전당은 ‘어린이 여름 예술학교’를 마련했다. ‘뮤지컬 과학’ ‘미술로 배우는 삼국사기’ ‘눈에 보이는 과학으로 음악을 이해하는 지름길’ 등 음악 미술 인체탐험을 아우르는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현장인 초등학교에 예술가를 파견해 아이들의 예술교육을 지원하는 ‘방과 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올해 본격 가동됐다.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토록 하는 이 프로그램은 악기 다루는 법 등 기능교육보다 예술을 보는 눈을 길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령 아이들이 눈의 다양한 표정이 그려진 종이 안경을 만들어 보고 이를 통해 눈의 모양에 따라 어떻게 감정이 다르게 전달되는지를 체험함으로써 만화 속 표현 기호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연극과 무용의 감정 표현 기법을 익히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을 마련한 서울문화재단의 안호상 대표는 “지금까지 예술교육은 엘리트 위주 혹은 기능 위주 교육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이제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예술 감각을 개발할 수 있는 체험교육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누가’와 ‘어떻게’다. 이를 위해 지난달 서울문화재단은 ‘문화매개자 전문교육센터’를 개관했다. 미국 링컨센터 인스티튜트처럼 예술과 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문화매개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 손혜리 문화교육팀장은 “올해는 문화매개자가 12명이지만 내년에는 30명으로 늘려 150여 개 학교에 파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요 관객교육 프로그램 | ||
강좌 | 기간 및 장소 | 문의 |
세종예술아카데미(뮤지컬, 클래식 강좌) | 연 4회 3개월 과정. 세종문화회관 | 02-399-1602∼3 |
클래식 산책/세계 문화와 음악/클래식 정원 | 연 2회(3∼6월, 9∼12월) 4개월 과정, 서울 예술의 전당 | 02-580-1300 |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보기 | 서울시향 정기연주회가 있는 주의 월요일 오후 7∼9시. 음악평론가 진회숙 씨 진행 | 02-3700-6300 |
영어 뮤지컬 브로드웨이 옴니버스/꿈꾸는 아동미술/예술가곡과 아리아 | 각 3개월 과정. 수시 모집.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 02-2230-6600 |
오페라발코니/레인보우 클래식/영화 속 미술/세계의 미술관과 박물관 | 경기 고양아람누리 9월 첫째 주 개강 | 1577-7766 |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인턴기자 최우리(이화여대 사학과 4년), 최형욱(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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