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스 TV의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이 영화로 만들어져 25일 유럽에서 제일 먼저 개봉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르피가로,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은 이례적으로 큰 지면을 할애해 심슨 가족이 갖는 문화사적 의미를 분석했다.
르몽드는 “심슨 가족은 태어난 지 18년 만에 미키마우스나 찰리 브라운(한국에서는 그의 개 ‘스누피’가 더 잘 알려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아이콘이 됐다”며 “허무주의에 가까운,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틀려먹은’ 심슨은 루퍼트 머독의 보수적인 폭스 방송의 이념과 자주 부닥치기도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했기에 가족을 지킬 수 있었다”고 평했다.
르피가로는 “심슨 가족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으로 드라마 사인펠드나 프렌즈의 인기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심슨 가족을 “만화라는 예술 장르가 높은 교양을 갖춘 이들의 요구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엽기발랄하다고까지 평가되는 심슨 가족은 동성애, 관료적 경찰, 스타 숭배, 환경 등 온갖 시사적 주제를 금기 없이 작품에 담아 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종종 만화로 그려져 조롱의 대상이 됐다.
18년간 400여 편이 제작된 심슨 가족은 20여 차례 에미상을 수상했으며 시사주간 타임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TV 프로그램’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40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수백 개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