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二心異體’된 부부들에게…“말 통해야 일심동체”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결혼 10년째인 오성규(오른쪽)-성수경(왼쪽) 씨 부부는 “너무 익숙하다 보니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부상담 전문가인 이정숙 한국교원대 겸임교수(가운데)는 “아무리 짧은 대화라도 맞장구를 쳐 주며 부부가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영한 기자
결혼 10년째인 오성규(오른쪽)-성수경(왼쪽) 씨 부부는 “너무 익숙하다 보니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부부상담 전문가인 이정숙 한국교원대 겸임교수(가운데)는 “아무리 짧은 대화라도 맞장구를 쳐 주며 부부가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영한 기자
■ 상대방 배려하는 부부 사랑 대화법은

아내: “나 아파.”

남편: “어디가?”

아내: “여기저기.”

남편: “그럼 병원 가 보지 그래.”

아내: “(버럭 화를 내며) 내가 병원 못 가서 그래?”

하루 종일 집안일 하다가 지친 아내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렸다. 나름대로 아내를 배려해서 대답했다고 생각한 남편은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말 때문에 서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상처가 깊어지면 아예 대화를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법인가.

결혼 10년차인 오성규(40) 성수경(39) 부부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시민단체인 ‘환경정의’ 사무처장인 오 씨와 푸르덴셜파이낸셜 라이프 플래너인 성 씨는 5세, 9세 된 두 딸을 두고 있다.

이 부부가 모처럼 서울 청계천 길을 걸으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대화의 기술을 조언해 주기 위해 ‘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커뮤니케이션북스)의 공동 저자인 이정숙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도 자리를 함께했다. 맞벌이 부부인 만큼 가사·육아 부담 문제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오성규=늦게 출근하는 내가 주로 아침에 애들을 봐 주고 아내는 저녁에 본다. 얼마 전 이런 육아 방식을 바꿔 보자고 제안했는데 아내는 묵묵부답이다.

▽성수경=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내가 동의하지 않으니까 아예 대답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정숙=많은 남편은 아내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대화한다. 일방적으로 “애들 보는 시간을 바꾸자” “바꿔 달라”고 한다. 그것보다는 “당신도 힘들겠지만 바꿔 줄 수 있겠어?” 하며 우선 상대방을 인정하는 말로 시작하면 훨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성=우리는 둘 다 자존심이 센 편이다. 남편은 싸운 후 먼저 화해하려고 해 줘서 고맙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미안하다”는 말을 한 후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싸우게 된 이유를 자세히 짚고 넘어가서 싸움이 재발되는 것을 막고 싶은데 남편은 사과 한마디를 하고는 다른 주제로 옮겨 간다.

▽이=남성과 여성은 대화 패턴이 다르다. 남성은 ‘바로가기’에 익숙하다면 여성은 ‘돌아가기’를 선호한다. 많은 남편은 “미안하다”고 말하면 바로 문제가 봉합된 것으로 생각한다.

▽오=아내에게 꽃을 선물하는 등 감동할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아내가 “뭐 잘못한 게 있어서 이러지?” 하는 반응을 보이면 완전히 김샌다고 한다.

▽이=아내는 남편에게서 모처럼 선물을 받아서 겸연쩍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상대방에게는 빈정거리는 식으로 들릴 수 있다. 남편에게서 선물을 받거나 칭찬을 들었다면 그냥 기뻐하며 즐겨라.

▽성=결혼 후 계속 대화가 줄어들면서 지금은 애들 얘기 빼고는 거의 공통된 주제가 없는 것 같다. 우리 부부의 대화 소통도는 100점 만점에 50, 60점 정도인 것 같다.

▽오=나도 그 정도 점수를 주겠다.

▽이=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80∼85점까지 주겠다. 다만 자녀 위주로 대화 주제를 삼는 것은 위험하다. 애들이 커서 독립한 후 할 얘기가 없어진다. 사소한 일이라도, 상대방이 들어 주지 않아도 부부 위주로 대화하라. 상대방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다.

▽오=간혹 하고 싶었던 얘기를 편지나 문자메시지로 보냈더니 아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

▽이=매체와 장소를 바꾸는 것은 좋은 대화법이다. 표현하기 전 다시 한번 대화 내용을 생각해 보기 때문이다. 부부 대화 기술에는 왕도가 없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라는 것이다. 이것은 전혀 자존심 상하는 일도 아니다. 결국 나를 위한 투자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상처가 되는 남편의 말… 아내의 말…

《본인은 무심코 내뱉었지만 상대방의 가슴에는 비수가 돼 꽂히는 말이 있다. 최근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은 부부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들을 누리꾼들에게 공모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외모에 대한 비난을 들을 때, 남편은 아내에게 가장으로서의 능력을 무시하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답했다.》

▽아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남편의 말

“이젠 살 좀 관리하시지.”

“옷이 그게 뭐야. 그 옷밖에 없어.”

“당신이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

“아줌마가 뭘 알아.”

“자기가 좋아서 직장 다니면서 생색내지 마.”

▽남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아내의 말

“돈을 잘 벌어 와, 집안일을 해, 애들한테 잘하기를 해.”

“내가 못났으니까 이렇게 살지.”

“당신 어머니는 대체 왜 그런데?”

“그런 건 남자가 알아서 해야지.”

“(가사를 도와준 남편에게) 난 그런 일 매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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