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즐기는 초절약 휴가 노하우▼
○ 추억파-조용한 근교 산속에서 잠자기
곽용덕(36) 씨는 2년 전 수락산에서 여름밤의 추억을 만들었다. 평소 자주 오르던 수락산 철모바위 밑 평평한 곳을 눈여겨 봐뒀다가 ‘외박’ 장소로 택했다. 텐트를 치지 않고 침낭 속서 자는 방식이었다(이런 잠자기를 ‘비박’이라 부르며 즐기는 동호회도 있다).
별이 그리 밝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조용한 산 속에서 서울의 야경을 벗 삼아 보낸 하룻밤은 별난 체험이었다.
저녁을 먹은 뒤 랜턴을 들고 산을 올랐다. 아침 일찍 눈을 떠 산에서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아무리 한여름이라도 바닥에 한기를 차단할 수 있는 ‘자리’를 까는 게 좋다는 것이 곽 씨의 설명. 얼굴은 방충망으로 가리는 것이 여러모로 유용하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새벽에 저절로 눈이 뜨이는 것은 모험을 즐긴 대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있는 난지캠프장(www.nanjicamping.or.kr)도 서울에서 야영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연만 가까이 있는 다른 야영장과 달리 월드컵경기장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문화 생활’도 가능하다. 바비큐도 별미다. 예약은 필수.
○ 교육파-아이 손잡고 ‘나눔 장터’서 체험교실
김도근(45) 씨는 “서울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휴가를 즐길 수 있다”며 ‘아름다운 나눔 장터’를 추천했다.
아름다운 나눔 장터는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유원지역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행사.
여러 가지 물건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골라 살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아이가 쓰지 않는 학용품이나 책 등을 가지고 나가 팔아보면 시장 원리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판매 금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멋도 누릴 수 있다. 햇볕을 피하고 싶다면 그늘이 많은 지하철 7호선 철교 밑에 자리를 잡는 것이 요령. 가까운 곳에는 ‘서울숲’이 있다. 김 씨는 12시부터 오후 3, 4시까지 나눔 장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서울 숲에서 자연을 즐긴다. 배드민턴 채를 준비해 가면 서울 숲에서 재미있게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 씨 가족은 피부가 타는 것이 싫어 수영장을 피했지만 나눔 장터 바로 옆에는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수영장이 있다. 오전 9시∼오후 8시 개장.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 실속파-냉방 빵빵 지하철 타고 문화탐방
조영기(40) 씨는 ‘지하철 도심 투어’를 추천했다. 시원한 냉방시설을 갖춘 지하철을 타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도심을 한바퀴 도는 방식이다.
‘미리 가보는 대학가’처럼 주제를 정해 하루 여행일정을 짜면 좋다는 것이 조 씨의 설명. 각 대학 캠퍼스는 나름대로 개성이 있어서 서울 도심에서 움직였지만 마치 먼 장소를 이동한 듯한 재미를 준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일정을 짜면 서울 도심 지리를 익힐 수도 있고 대중교통을 연계하는 방법도 가르칠 수 있다.
바깥으로 나가는 ‘옵션 여행’이 싫다면 지하철 역사 내에서만 즐기는 방법도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지하 1층에는 총 2개관으로 이뤄진 ‘메트로 미술관’이 있다. 4호선 혜화역에도 60평 규모의 작은 미술관이 있다.
지하철 상설 공연무대는 사당역과 동대문운동장역, 을지로입구역, 종각역, 잠실역, 충무로역 등에 있다. ‘지하철 피서족’에게 인기 있는 노선은 단연 6호선. 지하철 이용객이 적어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 특히 녹사평역과 버티고개역은 영화 촬영장소로도 이용될 만큼 시설이 좋아 인기다.
장시간 여행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다면? 고려대, 석계, 월드컵경기장, 창신, 한강진역에서는 개찰구를 빠져나가지 않고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실속 만점 하루 프로젝트▼
○ 엔도르핀 모락모락 찜질방
이름은 덥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곳이다. 맘만 먹으면 하루 종일 빈둥거리면서 열기와 냉기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돈을 좀 들이면 만화와 전자오락 등으로 엔도르핀 수치를 좀 더 높일 수도 있다. 피부 관리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다시 보자! 동네 찜질방!
○ 개봉작 3∼4편 뚝딱 영화삼매경
영화 상영관에 들어가서 3, 4편의 개봉영화를 한꺼번에 보고 나오는 방법이다. 요즘 영화관들이 대부분 복합상영관이라 여러 편을 볼 수 있다. 과도한 냉방으로 인해 추위를 타지 않도록 긴 팔 옷을 하나쯤은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아류로 케이블TV 드라마 연속 시청도 있다.
○ 더위 잊고 독서의 바다로
남산 자락에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서울’이 안성맞춤이다. 시 낭송회, 백일장, 가곡음악회 등이 수시로 열린다. 책을 한 권 들고 가서 마당의 벤치에서 하루 종일 읽을 수도 있다. 어린이 북카페도 있다. 과일주스 가격(2500원)도 괜찮다. 인근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아이들이 좋아한다.
○ 시티투어버스로 도심여행
서울 사람들의 기피 목록(63빌딩, 남산타워, 한강유람선)에 가장 최근에 추가된 ‘명물’이다. 하지만 런던 같은 외국 도시에 가면 일부러 타보는 것이 이런 버스다. 서울시티투어버스(www.seoulcitytourbus.com)의 재평가가 필요하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진선주(서강대 국문학과 4학년) 씨와 신상진(고려대 언론학부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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