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내 사탕 몇개 줘야 네 과자랑 바꿔줄래?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장터에 간 새코미/임정진 글·김재민 그림/32쪽·1만1000원·큰나(5세∼초등 1학년)

슈퍼마켓에서 사탕 사 달라고, 과자 사 달라고 떼쓰는 아이들도, 정말 ‘내 것’이 되려면 엄마가 슈퍼마켓 아줌마한테 ‘네모난 종이’를 줘야 한다는 걸 안다. “그게 뭐야?”라는 질문을 제일 좋아하는 아이들. “엄마, 그 종이가 뭐야?”라는 질문에 “돈이야”라고 답하면 금세 “돈이 뭐야?”라는 질문이 따른다.

‘장터에 간 새코미’는 그 ‘돈’의 의미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경제동화’다.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돈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자는 게 작가의 취지. 경제에 대해 쉽게 풀어쓴 어린이 책은 많지만, 이렇게 경제 개념이 몸에 배도록 이끄는 동화는 드물다.

판다 새코미는 사과 과수원 주인. 매일 사과를 먹을 수 있지만, 어떤 날은 물고기도 먹어보고 싶다. 물고기를 잡아보려고도 했지만, 과일 가꾸는 덴 탁월해도 낚시엔 재주가 없다. 마침 흰곰 매끄니가 물고기를 잔뜩 잡았기에 사과랑 바꾸자고 물어봤는데 매끄니는 사과보다 꿀이 먹고 싶단다. 불곰 달코미는 꿀 찾는 덴 귀재지만, 매끄니랑 물고기와 바꾸는 게 지겹고 사과가 먹고 싶다.

서로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갖고 있는 물건을 바꿔 먹는 일이 ‘경제활동’의 시작. 물물교환이 어떻게 시장으로 커졌을까? 곰들의 얘기를 들은 숲 속 동물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걸 들고는 곰들의 물물교환 장소로 왔다. 너구리는 자두 한 바구니, 토끼는 양배추 한 통, 당나귀는 홍당무 한 자루…. 여럿이 모여서 필요한 걸 바꾸는 시장이 벌어졌다. 그런데 원하는 게 모두 다르다. 뭔가 ‘기준’이 필요하다. 숲 속 동물들의 기준은 ‘도토리’. 은여우가 사과 한 알을 도토리 한 컵 값으로 하자고 정했다. 돼지는 자기가 갖고 온 딸기 10개를 도토리 한 컵 값으로 하겠단다. 그게 ‘돈’이다.

책을 읽다 보면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서 다른 사람과 물건을 바꾸게 됐다는 것, 그래서 물건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화폐가 생겨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작와작’ 같은 리듬감 있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풍부하게 쓴 문장 덕분에 읽는 맛도 있다. ‘곰돌이의 경제놀이’ 시리즈 중 첫 권.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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