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트레킹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국내 필자가 트레킹을 만끽할 수 있는 세계 곳곳의 코스를 이렇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 책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차례’부터 놀랍다. 히말라야 중앙아시아 중국 티베트 유럽 아프리카 뉴질랜드…. 6대주 22개국 55개 명산의 이름난 트레킹 코스가 펼쳐진다. 이 많은 곳을 저자가 직접 갔을지 의심이 날 법도 하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이 모든 지역을 섭렵했다. 저자는 트레킹, 오지문화여행 전문가인 채경석 씨다.
저자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트레킹하기 좋은 시기와 피해야 하는 시기를 월별로 나눴다. 코스의 난이도를 5등급으로 나눴다. 가장 어려운 ‘상’은 고도가 높아 고산 증세를 심하게 경험하거나 여러 날 이어지는 등반 코스다. ‘하’는 반나절에 끝낼 수 있는 관광을 겸한 산책 같은 트레킹이고, ‘중’은 1∼2일의 짧은 트레킹. 여기에 코스별 소요 시간과 지도, 기후까지 관련 정보를 망라했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안내서는 아니다. 책 곳곳에 적어 놓은 여행기가 진솔하다. 히말라야 랑탕 계곡을 내려오며 “덧없이 내려올 길을 왜 올랐던가?”라고 탄식하는 저자의 허무는 코스를 잠시 벗어난 농촌에서 망태기를 진 채 밭에서 일하는 아낙을 만나 여유를 찾는다.
저자의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자연을 걸으며 고독의 깨달음을 느껴본 이의 달관과 깊이가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산길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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